'고사장 학교' 휴업 적막
안내문보고 신고 해프닝도
일선교사 심리적 안정 도와
후배들 '응원의 소리' 전달
"동등한 조건에서 치러야
부족한 과목 더 보충할것"
"오늘만 기다렸는데…
긴장 풀려 펑펑 울었다"
"오늘만을 기다렸는데 1주일을 더 보내야 하다니…."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를 맞은 경인지역 수험생들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애써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보였다.
16일 오전 8시께 인천 중구 송학동 인성여고 교문 앞. 원래 일정대로라면 수능 고사장에 입실할 시간에 정상 등교한 엄유진(고3)양은 정문을 들어서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간 긴장된 마음을 침착하게 다져왔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긴장이 풀리면서다.
엄양은 "어제 집에서 마음을 다잡고 방에서 공부하는데 뉴스를 보던 아빠한테 수능 연기 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다"며 "수능연기는 불가피하지만, 막상 닥치니 속상하고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수능 고사장으로 지정된 학교는 '휴업'을 하면서 적막감이 감돌았다. 비슷한 시각 연수구 송도동 신송고 정문에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제24시험장'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무색하게 정문을 지나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오전 8시가 넘자 학교 경비원은 정문에 걸린 수능 시험장 현수막과 학교 곳곳의 수능 안내 표지문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도시락을 들고 주변을 맴돌던 신송고 이상호(고3)군은 "안타깝지만 수능을 강행하는 것보다 모두가 안전하고 동등한 조건에서 시험을 보는 게 맞는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남은 1주일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다소 부족하다고 느끼는 과학탐구 과목을 더 보충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도 과천에서는 수능 시험이 연기됐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고 고사장을 찾은 한 수험생이 학교 정문에 붙은 수능 연기 안내문을 보고 112에 신고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수원의 A고등학교 고사장에서는 수능 시험을 보게 될 고사장에서 자율학습을 하려 했던 수험생이 입실을 거부당해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B고등학교를 찾은 수험생 최모(고3)양은 "뉴스로 수능 연기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사장을 찾았다"며 "오늘에 맞춰 몸 상태를 관리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착잡한 기분을 드러냈다.
고3을 지도하는 일선 교사들은 수능 시험이 갑작스럽게 연기된 이후 갈피를 못 잡는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일에 치중하고 있다.
강화여고 윤대영 교사는 "어제 수능 연기가 발표되고 허탈함에 우는 학생들도 있었다"며 "일단 현재는 최대한 학생들이 평정심을 가지고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심리적인 부분을 중점적으로 지도하고 있다"고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수능 연기에 혼란스러워하는 고3 선배들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인성여고에서 만난 김은혜(고2)양은 "수능이 연기됐지만 3학년 선배들이 남은 시간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은 수능 연기가 결정된 지난 15일 학교 단체 문자, 커뮤니티,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으로 소식을 바로 접하면서 수험생들의 등굣길 혼선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고사장이 아닌 학교의 경우 학교장 재량이나 학교 상황에 따라 정상 등교와 휴업이 제각각 결정되면서 시·도 교육청에는 "사립학교만 등교하는 것이냐", "왜 우리 학교는 쉬고 다른 학교는 쉬지 않느냐"는 문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황준성·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