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 불구
평균 통근 시간 OECD 국가 꼴찌
현행 교통본부로는 효과 못 거둬
전체 인구 절반이 사는 수도권
국민 행복추구권을 위해
국가적 과제로 삼아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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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 국회의원(여주·양평)
매일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출퇴근 시간은 우리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회원국 평균 통근 시간은 28분으로 나타난 반면, 한국은 그 두 배가 넘는 58분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OECD 26개 국가 중 단연 꼴찌였으며 OECD국가는 아니지만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심각한 교통체증을 겪고 있다는 중국(47분)보다도 11분이나 길게 나타났다. 이 조사를 대한민국 전체가 아닌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으로 한정 짓는다면 그 결과는 더 심각하다. 실제 통근시간인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적용했을 때 수도권 신도시에서 서울 도심으로의 출퇴근에는 하루 3시간이 소요된다.

이 기준으로 일주일에 5일 동안 출퇴근한다고 가정하면 1년에 780시간, 날짜로 환산하면 32.5일이다. 즉 서울로 통근하는 수도권 주민들은 1년 12개월 중 1달 이상을 꽉 막힌 도로나 발 디딜 틈 없는 버스, 지하철 등에서 보내는 셈이다. 수도권 출퇴근인구 277만명의 출퇴근 소요시간을 최저시급인 7천350원으로 환산하면 연간 15조178억3천200만원에 달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수도권 교통문제로 매년 약 15조원 이상의 교통혼잡비용이 발생한다. 강남대로의 경우 하루 광역버스 운행 횟수만 7천700여 회이다. 출근 시간인 오전 8시경에만 버스 359대가 몰린다. 표준처리용량인 45대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이에 교통혼잡률은 무려 147%에 이른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수도권이 전국의 42%에 달해 환경오염도 심각하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2천500만 수도권 시민에게 출퇴근 문제는 단순한 교통정책의 문제가 아닌 경제정책이자 복지정책이며, 국민의 기본권인 행복추구권 문제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이 중차대한 수도권 교통문제를 해결할 컨트롤타워가 없다.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3개 시·도는 이와 같이 시도별로 분절된 교통행정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05년부터 지방자치단체조합인 '수도권교통본부'를 설립·운영하고 있지만 법적 권한 및 관련 예산 미비로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 이에 필자는 지난 19대에 이어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중앙정부가 직접 수도권 광역교통 문제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국토교통부 산하 '수도권 광역교통청'을 설립하자는 정부조직법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지자체별로 분산돼 있는 광역교통과 관련된 문제의 해결 책임과 권한을 중앙정부로 이관해 대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대도시간 교통정책을 지자체의 문제가 아닌 중앙정부의 과제로 설정해 광역 교통기구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형평성 및 지자체의 자율권을 침범할 수 있다는 우려로 수도권 광역교통청 설립은 논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에 따르면 '수도권 광역교통청'설립에 따른 연간 비용은 최소 26여억원에서 최대 57여억원이 소요된다. 이에 비해 이로인해 얻게되는 경제적 효익은 5조 594억원에 이른다. 수도권 광역교통청 설립이 '수지에 맞는 장사'라는 것이다.

이제는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인 2천500만명이 거주하는 수도권의 교통문제를 전 국가적 관점에서 국민 행복권을 위한 과제로 삼아야 할 때다. 매일 3시간씩 '지옥철'과 만원버스에 시달리는 수도권 시민들에게 하루 한 시간이라도 돌려 줄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경쟁력과 삶의 질, 그리고 행복지수는 크게 상승될 것이다. '수도권 광역교통청'설립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일 뿐만 아니라, 현재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기재부의 정책 전환 및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자기개발을 위한 아침 한 시간,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 밥상, 나만의 여가를 위한 하루 한 시간 까지. 일과 가정의 양립은 기업문화 개선 이전에 광역 교통의 문제 해결에 따른 통근시간 단축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정병국 국회의원(여주·양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