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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인천 홍예서림에서 열린 '동네방네아지트위크, 시가있는 작은 콘서트'의 모습. /인천문화재단 제공

전통방식 운영 책방은 쇠퇴
문화공간 독립서점 떠올라
상점기능 넘어 창작 아지트
인천시 3년간 3억 지원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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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6일 인천 자유공원 가까이에 있는 독립서점인 '홍예서림'에선 인디 가수와 시인이 출연하는 작은 콘서트가 열렸다.

가수 정밀아와 이설야·박세미 시인이 이날 콘서트의 주인공. 화려한 조명도, 그럴듯한 단상도 없고, 인적마저 뜸한 작은 동네 책방에 마련된 무대였지만 참가자들과 출연진들은 좁은 공간에서 서로 교감하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이곳에서는 대학생부터 주부, 출판업 종사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나만의 책 만들기'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책에 관심이 있는 이들의 사랑방인 셈이다. 이들은 독립출판 제작자와 독립출판사 관계자를 초청해 그들만의 노하우를 듣기도 한다.

지난 3월에는 한 번역가의 진행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을 국내 출판에 앞서 미리 만나는 워크숍이 개최됐다.

부평에 있는 독립서점인 '북극서점'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씨없는수박김대중'과 주하림·이병국 시인이 주인공으로 나온 콘서트가 뜨거운 열기 속에서 열렸다.

북극서점에는 책방 말고도 책방에 딸린 '북극홀'이라는 작은 문화공간이 있는데, 이곳은 동네 창작자들이 자신들의 창작 결과물을 발표하는 공간이자 아지트로 사랑받고 있다.

이렇듯 동네 책방·작은 서점이 단순히 책이라는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의 기능을 넘어서 동네 창작자가 모이고 또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즐기고 소비하는 수요자들이 모이는 소통공간으로 진화하며 새로운 문화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책과 간단한 물품, 음식료 등을 함께 파는 서점까지 포함한다면 서점의 변화는 더욱 실감이 난다.

서점 업계에는 "자고 나면 서점이 생겨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야말로 서점이 새로운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서점의 미래가 오로지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동네 책방은 늘고 있지만 독서인구 감소와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확장에 밀려 전통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영세 서점들이 모습을 감추고 있는 현실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인천의 예를 들면, 지역 서점은 1995년 400여 곳이 넘었지만 20년이 지난 2015년에는 99곳으로 감소했고, 올해 5월 기준으로는 78곳만 남아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 인천을 포함한 각 지자체가 지역 서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만드는 등 관심을 보이며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올해 정책 수립을 위해 조사기관에 위탁해 지역 서점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 또 '지역서점 운영활성화 기본계획'을 세우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3억원을 투입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 서점을 지역 문화 공간으로 육성하고, 독서문화를 확산하는 중요 공간으로 보호하는 것이 이들 사업의 핵심이다.

지난해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책을 뜻하는 한자 '冊'의 모습에서 따와 매년 11월 11일을 '서점의 날'로 정했고, 올해 문광부의 지원을 받아 서울에서 첫 번째 기념식을 개최했다.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홥회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서점이 살아야 문화가 살고, 문화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이 될 수 있다. 서점이 많은 나라에 문화가 빈약할 리 없다"며 "서구 많은 나라들이 지역 서점의 문화 자산으로서 가치를 인식하고 지역 서점 육성에 열을 올리는 이유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 기사는 경인일보와 인천문화재단이 협력해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