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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로동당위원장의 언쟁이 전쟁으로 발전하지 않는 한 언쟁이야 흥미롭다. 트럼프는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정중한 존칭으로) 김정은 씨(Mr Kim Jong―Un)는 왜 나를 늙다리(dotard)라고 모욕하는가. 나는 당신을 땅딸보(dumpy person)라고 부르지 않건만…' 하고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는 그 전까지 김정은을 '작은 로켓맨'으로 부르긴 했어도 그 후 '좋다! 우리 친구가 되기로 노력해 보자. 못될 것도 없잖은가' 하며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지난번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에서 베트남 국가주석 쩐 다이 꽝(Quang)과 공동기자회견 때 꽝 주석이 트럼프에게 물었다. "김정은과 친구 될 가능성은 없느냐"고. 그러자 답했다. "모든 일에 가능성은 있다. 인생이란 불가사의 아닌가."

그랬건만 지난 14일 로동신문이 트럼프 대통령을 맹견, 아베 일본 총리를 충견(忠犬)이라고 맹비난했다. 지난 5~7일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와 그를 극진히 모신 아베를 가리킨 비난이었다. 하긴 일본 언론도 '총리가 너무 저자세다. 하인이 상전 모시듯 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었다. 15일자 로동신문도 악담을 퍼부었다. 지난 8일 트럼프의 우리 국회 연설을 맹비난한 거다. '우리 공화국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한 선전포고다. 극악무도한 험구를 놀린 죄악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적, 광견이 짖어대도 우리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그가 좀 덜렁이 같긴 해도 국회 연설만은 멋지다는 박수를 수십 차례 받지 않았던가. 악담은 그걸로 끝내는 게 좋다.

드디어 조선중앙통신이 18일 '송도 중국공산당대외연락부장이 어제 방조(訪朝)했다'고 보도했다. 그들은 쑹타오(宋濤)를 '송도'라 부른다. 시진핑(習近平)도 '습근평'이고 리커창(李克强)도 '리극강'이다. 인명은 그 나라 발음대로 불러 주는 게 국제적 관례다. 그러나 북한만은 북한식이다. 중국도 '트럼프' 발음에 맞춘다는 게 '特朗普(특랑보)'로 표기하고 발음은 '터랑푸'다. 어쨌거나 시진핑의 특사 쑹타오가 김정은을 만나 북핵과 대북제재 해지(解止)의 실마리를 풀지, 아니면 유야무야 없던 일로 끝날지가 주목거리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