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감추며 자리 지킨 유족
일부 조문객 끝내 눈물 떨궈
총리·도지사 등 정치인 발길
오늘 화장 평택 서호공원 안치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 가슴에 묻겠습니다."

1천313일 만에 장례를 치르게 된 세월호 참사 단원고 미수습 희생자 박영인·남현철 군과 양승진 교사의 안산 합동분향소에는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떨쳐내고 싶은 아픔이지만 기억 속에서 지우지 않기 위해서였다.

발인을 앞둔 19일 시민들은 숙연한 분위기속에 꽃다운 나이에 떠난 이들의 넋을 기렸다. 일부 조문객들은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하고 분향소를 나오며 벌개진 눈시울을 연신 훔치기도 했다.

분향소를 찾은 안산의 한 시민은 "돌아가신 양승진 교사와 박영인·남현철 군과는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교직에 몸담은 입장에서 마지막으로 가슴에 새기고자 직접 장례식에 왔다"고 말했다.

미수습 희생자 가족들은 마르지 않는 눈물을 애써 감추며 엄숙하고 차분하게 조문객을 맞이했다. 영인 군의 형 박영준씨는 침통한 표정으로 동생과의 영원한 이별을 견뎌냈다.

빈소가 마련된 안산 안산제일장례식장을 지킨 4·16유가족협의회의 한 가족은 "세월호 참사 이후 인양까지 기나긴 시간이 흘렀다"며 "남은 5명을 수습하지 못해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프다"고 밝혔다.

오랜 기다림의 끝도 없이 아들 현철군의 시신을 찾지 못한 아버지 남경원씨는 뻥 뚫린 가슴으로 빈소를 지켰다.

조문객을 맞던 남씨는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아이들과 선생님을 잘 보내주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못내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오후까지 이낙연 국무총리,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자유한국당 이주영 국회의원 등 500여명의 추모객이 분향소를 찾았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빈소가 차려진 날부터 이날 오후 늦게까지 미수습 희생자 가족 곁을 지켰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생명안전공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빈소를 찾은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은 "대한민국의 부정부패가 수백명의 희생을 낳았다"며 "세월호 안전공원을 건립해 비극적인 역사의 반복을 막고 국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교훈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수습자들의 장례는 삼일장으로 치러진다. 유품은 20일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된 뒤 세월호 참사 다른 희생자들이 잠들어 있는 평택 서호공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지난 18일 세월호 미수습자 빈소에 대통령 명의로 된 조화를 보내 위로의 뜻을 건넸다. 청와대 규정상 대통령 명의의 조화는 일반인들에게 보내지 않지만 온 국민이 함께 애도한다는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보낼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전상천·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