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리그 강등 앞두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축구에 재미를 더했지만 '피가 마르는' 경쟁
다시 살아남은 '생존왕' 인천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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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6년 11월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가 수원에 1대 0으로 앞선 상태에서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눈 깜짝할 사이, 구름처럼 몰려나온 팬들로 그라운드가 가득 찼다. 한국 프로축구 사상 첫 사례로 기록될 진풍경이었다.

그리고 꼭 1년이 지난 11월 5일 광양축구전용경기장에서 또 하나의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인천과 전남과의 경기였다. 이 경기장에선 인천 서포터스 2명이 그라운드로 내려가 심판에게 항의하던 중 이 장면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는 전남 구단 직원을 팔꿈치로 가격하는 일이 발생했다. 관중 난입이라는 지난해의 원죄(?)에다 전남 직원 폭행사건까지 벌어지면서 인천은 무관중 경기 징계까지 우려해야 했다.

1년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두 경기, 국내 프로축구 무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진 이들 경기의 타이틀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축구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 경기장을 지나쳤다면 무슨 결승전이 벌어지는 줄 알았겠지만 정작 두 경기는 '꼴찌'들의 경기라고 해도 무방한 최하위권 팀들의 매치였다.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 위해 자웅을 겨룬 경기가 아니라 2부리그로 강등되지 않기 위한, 다시 말해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인천의 경우, 전남과의 경기에서 이겼더라면 1부리그 잔류를 확정 지을 수 있었기에 더없이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사실 이들 경기는 승강제가 도입되지 않았더라면 밋밋했을 것이다. 경기 내용이 이처럼 치열했을 리 없고 경기장을 찾는 팬들도 그리 많지 않았을 게 뻔하다. 확실히 2013년 국내 프로축구에 도입된 승강제는 하위권 팀들의 생존경쟁에 불을 붙이면서 축구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순기능에도 불구, 승강제가 '잔인한' 스포츠 시스템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스테판 지만스키'의 저서 '축구자본주의'에서도 엿볼 수 있다. '스테판 지만스키'는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승강제의 속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프로 축구 리그에서는 상위 빅클럽만 돈을 벌고, 하위 클럽들은 재정난에 시달린다. 빅클럽은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며 더욱 많은 돈을 벌고, 더욱 좋은 선수를 사들인다. 하위 클럽은 강등돼서 더 가난해진다. 그래도 상위 리그로 갈 수 있으리란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오늘도 공을 찬다."

이 대목에서 인천이 부진에 부진을 거듭할 때 구단의 한 고위 관계자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기형 감독을 격려하기 위해 식사 자리를 마련했는데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밥을 한술도 뜨지 못하더라는 거였다. 강등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는 선수는 물론 프런트 또한 예외가 아니었을 터이다. 그런 인천이 지난 18일 상주와의 홈경기에서 승리하면서 1부 리그에서 살아남았다. 열악한 재정, 국가대표 한 명 없는 빈약한 선수층에 매 시즌 강등후보군으로 분류되면서도 막판에 특유의 생존본능을 발휘하는 구단이 인천이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승리로 인천은 승강제 도입 이후 도·시민구단 가운데 단 한 번도 강등되지 않은 유일한 팀이라는 독보적 커리어도 쌓았다.

어차피 승강제는 하위팀이 거쳐 가야하는 정글이다. 이곳에서는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이다. 그래서 인천은 강팀이다. '생존왕' 인천 유나이티드, 그리고 '이기는 형' 이기형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기회가 된다면 이 감독이 따뜻한 밥 한 그릇 맛있게 먹는 모습도 보고 싶다.

/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