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경주 지진 후 1년여 만에 포항 지진이 났지만 이른바 '불의 고리(Ring of Fire)'라는 환태평양 지진대의 일본은 1년 365일 지진 없는 날이 없다. 차이나 중국이 아닌 일본 추고쿠(中國)지방 돗토리(鳥取)현 지진이 났던 2000년엔 사상 최다인 1만7천676건(여진포함)이나 발생했다. 하루 평균 48건이나 발생했다는 건 상상조차 어렵다. 그래서 일본 건축물의 내진 설계는 필수고 하나같이 오뚝이 빌딩이다. 옥상에 무게 판을 얹어 지진 때의 건물 움직임과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게 하는, 즉 진동의 반작용을 이용하는 공법이고 기둥도 원형으로 움직임이 유연하게 한 건축 설계다. 그래서 지진 진동에 건물 전체가 유연하게 적응토록 하는, 다시 말해 항공기나 선박 등 좌우 밸런스 유지 방식을 빌딩 설계에도 원용(援用)하는 거다.
그런데 나라(奈良)현 이코마(生駒)의 호류지(法隆寺)에 가 보면 놀란다. 그 절은 아스카(飛鳥)시대 쇼토쿠(聖德)태자가 601~607년에 창건한 세계 최고(最古) 목조 건축물이건만 아직도 멀쩡하다. 우리 삼국시대에 해당하는 그 시대부터 이미 지진에 대비, 모든 기둥과 도리 연결 부분을 네모가 아닌 원형 구멍으로 파 지진 때의 비틀림이 자유롭도록 했고 연결 장부(약간 가늘게 깎은 끝 부분)도 네모진 건 끼우지 않았다. 당시 '미야다이쿠(宮大工)'라고 불린 도편수(우두머리 목수)의 놀라운 지혜의 결과였다. 그 호류지라는 사찰이 완공된 지 3년 후인 610년 고구려 승려 담징(曇徵)이 백제를 거쳐 일본에 건너가 귀화했고 바로 그 호류지 금당(金堂) 벽화 '사불정토도(四佛淨土圖)'를 그려 유명하다.
일본과 가까운 탓인지 우리 땅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제 모든 건축물에 내진 설계는 필수다. 바로 포스텍(전 포항공대) 건물들이 교훈이다. 건축된 지 32년인데도 이번 5.4 지진에 멀쩡했다. 박태준 당시 포철 회장이 1985년 건축 당시 '1천년 견디는 건물을 짓자'고 했다는 거다. 그런 선지자가 아쉽다. 최근 부쩍 는 필로티(piloti) 건축물, 1층이 벽 없이 기둥뿐인 건물들도 문제다. 요새 신축된 도시주택 82%가 같은 구조라는 거다. 지진 대비엔 내진 설계, 그밖엔 답이 없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