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원' 영문 표기인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의 '정보'를 Information이 아닌 Intelligence로 쓴 이유가 뭘까. Intelligence가 정보라는 뜻보다는 지능, 지성이라는 뜻이 먼저기 때문 아닐까. 그런 국가정보원의 모토는 그곳 청사 마당의 바위에 새겨진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 그대로 일 게다. 그런데 왜 소리 없는 헌신이 아닌 요란하고 시끄러운 헌신이 돼버렸는가. 국정원이 청와대에 갖다 바쳤다는 뇌물로 인해 전 국정원장과 전전, 전전전 국정원장이 줄줄이 구속되고 간부들까지 감옥에 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거다. '뇌물'이란 말뜻이 뭔가. 중국에선 '뇌물을 남겼다(賂遺:루웨이)'고 하면 '속셈이 있어 재물을 증여하다'는 뜻이다. 속셈이 있어 대가와 반대급부를 바라고 주는 게 뇌물이다. 일본에서도 '와이로(賄賂)데 바이슈(뇌물로 매수하다)'는 말은 관용어다.
그렇다면 국정원장이 뭐가 더 이상 아쉬워 뭘 더 바라고 청와대에 뇌물을 싸다 바친다는 건가. 자리보전? 전 국정원장들이 청와대에 상납 헌납해왔다는 특수활동비라는 돈은 대가, 보답, 보상, 혜택, 특전 등 반대급부를 노린 게 아니라 의례고 관행이었을 게다. 그냥 진상하는 성금이고 단순 후원금, 지원금이 아니었을까. 그런데도 그 국정원장이라는 자리가 감옥행 대기실처럼 돼버린 사례는 어느 나라에도 없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 2014년 기획재정부장관 때 받았다는 그 국정원 특활비도 별나다. 국정원이 최 장관에게 뭘 바라고 뇌물을 안겼다는 건가. 그런데 물 타기인지 양념인지 구색 갖추기인지는 몰라도 검찰이 현 정권의 전병헌 전 정무수석을 피의자로 소환한 경우는 어떤가. 그건 누가 들어도 대가성을 의심할 만하지 않는가. 롯데홈쇼핑이 미쳤다고 뇌물을 거저 바쳤겠는가.
'정권의 충견' 비난을 받는 검찰이 마구 휘두르는 칼날이 마치 옛날 죄수의 목을 치던(斬首) 망나니가 연상돼 소름끼친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용처가 문제라면 검찰 특활비 사용처 역시 따져볼 일 아닌가. 한국당은 그걸 국정조사로 밝혀야 한다고 했다. 특수활동비라니! 보통활동비로만 살아온 귓구멍엔 별천지 같은 소리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