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이 주점 종업원들과 싸우다 부상했다. 강남 청담동 가라오케에서다. 예일대 재학 중이던 차남은 방학을 맞아 귀국했다. 김 회장은 "남자답게 사과를 받아야 한다"며 종업원들을 공사 현장으로 불러냈다. 그리고는 "너도 내 아들처럼 맞아라" 라며 쇠파이프로 때렸다. 아들에 대한 그의 남다른 부정(父情)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10년이 지나고, 이번에는 김 회장의 3남 동선 씨가 말썽이다.
그는 지난 9월 말 서울 시내 한 술집에서 열린 대형 로펌 신입 변호사 10여 명의 친목모임에 참석했다. 그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변호사들에게 "너희 아버지 뭐 하시냐", "지금부터 허리 똑바로 펴고 앉아라", "나를 주주님이라고 불러라" 등의 막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만취한 자신을 부축하는 남자 변호사의 뺨을 때리고 한 여성 변호사의 머리채를 쥐고 흔드는 등의 폭행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로펌 측은 대형 고객인 한화그룹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앞서 동선 씨는 지난 1월 청담동의 한 주점에서 만취 상태로 종업원을 폭행하고 마시던 위스키병으로 종업원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 경찰에 연행되면서도 저항하며 순찰차 좌석 시트를 찢는 등 차량을 손상했고, 파출소·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도 욕설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 이 사건으로 법원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아울러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재벌 2·3세들의 일탈행위는 숱하게 많다.
황태자로 자라 무섭고 어려운 게 없다. 유학을 가 미국 명문대를 다녔지만 인성(人性)은 빈약하다. 부모와 떨어져 살다 보니 가족의 소중함을 모르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른다. 이들은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더 확산시키고 고착화 한다. 멀쩡한 기업도 도매금으로 넘어간다.
매번 사회가 떠들썩한데도 처벌은 미약하다. 돈으로 무마하거나 법무법인의 도움이 작용한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이례적으로 동선 씨를 처벌해달라며 고발했다. 이번에는 어찌 될까.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