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기초단체의 분뇨를 처리하는 정화조 업체 다수가 '공동 작업'이라는 명분으로 조합 또는 협회를 구성해 일감을 공유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방법이 마땅히 없는 실정이다. 여러 개의 개별 회사들이 장비와 인력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대형화하면서 일감을 따고 있어 소규모 업체가 반발하고 있다.
인천 A구는 정화조 업체 9곳 중 7곳이 연합을 구성해 건물주와 계약을 따면 공동으로 작업하고 수익을 나눈다. 구청에서 허가해주는 장비는 1개 업체당 5~6대 정도이지만 연합을 구성하면 한꺼번에 수십 대의 장비를 투입할 수 있다.
이들 업체는 공증을 통해 지분별 수익을 분배하고 같은 건물에 사무실을 두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B구 소속 정화조 업체 5곳도 조합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수익을 분배하며 일부는 같은 사무실을 사용한다. C구는 12곳 중 9곳이 연합에 가입해있다. 연합 또는 조합을 구성하면 대형 아파트단지나 고층 빌딩 정화조 청소 속도가 1개 업체가 할 때보다 월등히 앞서기 때문에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는 일감을 따기 어려운 구조다.
자치단체는 이처럼 업체들이 조합을 결성해 개별 업체가 따낸 사업을 다른 업체에 주는 것이 하수도법이 정한 '하도급 금지'인지에 대해 검토했지만,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도급은 자신의 일감을 맡기고 수익의 일정 부분을 챙겨야 하는 구조인데 조합은 일감을 따낸 뒤 함께 일해 수익을 공동 분배하는 것이라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봤다.
이런 조합의 양성화는 지난번 남동구 정화조 업체 협동조합 비리 사건이 오히려 불을 지폈다. 지난 2015년 남동구 정화조업체 협동조합은 개별 업체 명의가 아니라 면허가 없는 조합 명의로 사업을 수주해 일감을 나눠 가졌다가 하수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조합이 일을 따냈어도 실제 정화조 청소 업무를 수행한 것은 개별 업체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당시 남동구의 조합 가입 업체들은 비조합 업체가 수거한 하수를 제시간에 버리지 못하도록 가좌처리장 1일 반입량을 미리 선점하는 등 업무를 방해하는 등 부작용이 드러나기도 했다.
자치단체와 정화조 업계가 맺은 계약을 보면 '연대행위'를 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각 구는 공동 파업 등 단체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지 조합·연합 결성 금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한 정화조 업체 관계자는 "개별 업체끼리 경쟁을 해야 하는데 다수 업체가 뭉쳐서 일하면 어떻게 작은 업체가 감당할 수 있느냐"며 "공정한 시장질서를 해치는 것은 아닌지 자치단체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자치단체의 관계자는 "조합의 존재는 알고 있지만, 행정적으로 조합은 인정하지 않고 개별 업체가 공동 작업을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여러 부작용이 없는지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업체들 사이 자유로운 업무 공유를 행정에서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민재·김태양기자 kmj@kyeongin.com
조합 늘리는 정화조 업체… '일감공유' 막을 방법없다
'공동 장비·인력 대형화' 소규모 회사 "불공정" 반발
법원 불법여부 '무죄'… 지자체 "업체업무 관여못해"
입력 2017-11-22 22:13
수정 2017-11-22 22:52
지면 아이콘
지면
ⓘ
2017-11-23 23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