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갈등 예방·해결 규정'을
고비용구조 '과중한 사교육비와
내집마련 비용'과 계층간 갈등
'소득분배구조 악화·양극화 심화'
해결 방향으로 개정 추진 바람직
한국사회의 소득 양극화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소득 5분위 배율에서 가장 낮은 1분위의 소득은 2016년 전년 대비 5.6% 급감한 데 비해 가장 높은 5분위 소득은 2.1% 늘었다. 또한 국세청에 따르면 자산이 5천억원이 넘는 국내 대기업은 2016년 1천282개로 전체 법인의 0.21%밖에 되지 않지만 이들은 나머지 59만 개 법인보다 많은 107조6천69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국내 10대 대기업 사내유보금은 2016년 말 기준으로 724조7천894억원에 달한다. 불과 1년 만에 50조원 이상 증가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이 2016년 12월 실시한 제19회 '경제행복지수' 조사 결과 38.4점(전기대비 -0.5포인트)으로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 행복지수'란 개인이 경제적 요인과 관련해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에 대한 평가로 경제상태, 의식, 외부 요건 등에 의해 변화되는 것으로 정의된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최근 148개국에서 각각 1천명을 대상으로 행복체감 정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행복 순위는 97위로 나타났다. 사실, 한국인의 삶을 보면 충분히 수긍이 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자살률 1위, 이혼율 2위, 주당 평균 노동시간 49.1시간, 중·고교생 하루 평균 학교 체류 13시간, 국민 평균 하루 여가 3.3시간….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응답한 사람들 대다수가 그것의 원인이 사회적 구조로부터 연유된 결과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사회에서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 관리비용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사회적 갈등으로 국민이 매년 900만원씩을 쓴다. 국가 전체로 따지면 연간 82조원에서 최대 246조원 규모인 셈이다. 한 해 국가예산의 60%에 이르는 금액을 사회적 갈등 비용으로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27%를 갈등관리 비용에 쓰고 있다.
또한 현대경제연구원 '사회적 갈등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결과(2016년)'연구에 따르면 2009~2013년 OECD 29개국의 경우 사회갈등지수가 상승하면 1인당 GDP가 하락하는 상관관계가 존재하는데, 만약 한국의 경우 사회적 갈등 수준이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된다면, 실질 GDP는 0.2%포인트 정도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사회갈등을 경감시켜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무엇인가? 그 해답은 지난 참여정부가 가동했었던 '갈등관리 시스템'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05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화물연대노조 파업에서 시작해 천성산 터널 공사를 둘러싼 논란에 이르기까지 연일 갈등이 분출돼 왔다"며 "우려스러운 것은 갈등이 과도하게 발생할 경우에 그 사회 비용이 커진다는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갈등 사안마다 우리 사회가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한국으로 분열되고, 나눠지고 그리고 그 골이 깊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참으로, 공감할만한 지적이다.
불행히도 상기 '갈등관리 컨트롤 타워'는 이명박 정부로 넘어가면서 자취를 감췄다. 이제 국민통합을 추구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상기 '갈등관리 컨트롤 타워'를 복구해 재가동함이 바람직하다. 그것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대통령령으로 시행 중인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을 한국사회의 고비용구조(특히 과중한 사교육비와 내집마련 비용)와 계층간 갈등구조(소득분배구조 악화와 양극화 심화)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개정 및 추진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동시에, 기획재정부가 최근에 신설한 '경제구조개혁국'을 상기 '갈등관리 컨트롤 타워'와 기능적으로 연계해 협력할 수 있도록 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