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등 원하는 내용 요청
신뢰도 확보 전형취지 무색
작성요령 지도 학원도 등장
교권침해… 보완·개선 시급
동시통역사를 꿈꾸는 고등학교 2학년 강모(17·고양시 마두동)양은 수시 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을 목표로 대입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높은 등급의 내신 성적을 자랑하는 강양은 최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록되는 '교과학습발달사항'에도 영어 과목과 관련된 '충실한' 내용이 담길 수 있도록 직접 작성해 교사에게 제출했다.
강양은 "요즘은 과목별로 원하는 내용의 교과학습발달사항을 적어 낼 수 있다"며 "선생님이 일괄적으로 적어주는 것보다 더 입시에 도움되는 내용을 담기 위해 학원에서 작성 요령도 배웠다"고 말했다.
평택의 한 고등학교 교사 A씨도 학생부를 작성하는 학기 말에는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원하는 내용을 적어달라는 요청을 받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이 내용은 꼭 들어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써달라'는 등의 요청을 받으면 A씨는 크게 고치지 않고 해당 학생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교과학습발달사항 등을 기록해주고 있다.
A씨는 "담임이 아닌 각 교과목 교사는 맡고 있는 학생들이 수백명에 달하는데 일일이 기억하고 평가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며 "월권인 것은 알지만, 대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학생 스스로 학생부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고 털어놨다.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달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학종을 두고 "자기소개서나 추천서에 부작용이 있어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장 전형 자체를 폐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기소개서와 추천서의 축소가 이뤄지면, 상대적으로 학생부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학생부 역시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에 대한 내실 있는 평가가 담기지 않고, '셀프'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보완 및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발빠른 사교육 시장에서는 학생부 기록을 지도해주는 학원까지 등장했다.
서울 대치동의 한 입시 학원은 학생부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최근에는 '학생부 문구 기재 관리방법 설명회'까지 개최했다.
학원 관계자는 "학생의 역량과 열정이 드러나는지, 지원 전공과 희망 진로에 대한 활동이 적히는지 등을 챙겨야 한다"며 "올해만 해도 벌써 10여 차례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학부모들의 관심은 폭발적이다"고 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교사의 기록 한 줄이 학생부 점수로 연결된다는 생각에 학생과 학부모가 민감한 상황일 것이지만 학생부를 수정해 달라고 요구하며 교사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며 "이 같은 학생부 수정 요구에 반응하는 교사도 옳지 못하다. 결국은 학종 전형 자체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객관적인 평가 지표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선미·박연신기자 juli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