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째 자리지킨 '대한서림'
오랜시간 동인천 명소 역할
한때는 6층 모두 서점 매대
현재 1·2층 베이커리 '겸업'
애향심 마케팅 한계 부딪혀
대한서림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지금의 자리 바로 옆 건물에서 황해도 출신 고(故) 홍용선씨가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1978년 홍씨는 자신의 사위인 김순배 대한서림 대표에게 서점을 물려줬고, 김 대표는 1989년 옆 건물을 매입하며 현재의 6층짜리 지역 대표서점으로 키워냈다. 당시 6층짜리 건물이 모두 책을 파는 매장이라는 점도 놀라웠지만 투명한 유리로 밖이 보이는 최신식 엘리베이터도 명물이었다고 한다.
대한서림은 인천에서 책 관리에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고, 지역 주민을 위해 국정교과서와 방송통신대 교재 등을 공급하는 유일한 서점으로, 공적인 역할도 했을 정도로 지역에서는 중요한 존재였다.
하지만 옛 영화는 그곳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만 남아있다. 지난 25일 찾아간 대한서림은 건물 전체가 매장이었던 과거와 달리 1층 일부와 3~4층만 서점 기능을 하고 있었다.
1층과 2층은 서점이 직접 운영하며 빵과 음료를 마시는 공간으로 바뀌었는데, 서점이라기 보다 빵집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1층 매장에서는 좀 전까지 참고서 판매대를 지키던 직원이 케이크를 구매하러 온 손님을 안내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주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점을 둘러본 20여분 동안 3~4층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손님은 1명 밖에 없었다. 반면 1층에는 빵을 사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빵'에 1~2층 서가를 내어준 서점은 이젠 '빵도 파는 서점'이 아니라 '책도 파는 빵집'이 된 것이다.
한권숙 대한서림 총괄본부장은 "서점을 닫지 않으면서도 서점을 유지하려다 보니 변화를 줄 수 밖에 없었다"며 "서점으로 이익을 내려 하기 보다는 서점 구색을 갖추며 직원들 급여를 챙겨주는 수준으로 서점을 유지하기 위해 버티는 상황이다"고 했다.
대한서림은 2015년 폐점 계획을 세웠다가 대한서림을 지켜야 한다는 지역 여론이 일자 폐점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후로 옛 대한서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3~4명씩 꼭 찾아오고 많은 시민들이 찾아주고는 있지만 서점의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한다.
그는 "서점이 한창 잘되던 시기에는 하루 매출 5천만~6천만원을 올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며 "변화에 대응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 안타깝다"고 지금 서점의 상황을 많이 아쉬워했다.
그는 서점이 힘들게 된 외부적 요인으로 온라인 서점의 확대와 학생 인구 감소,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IT기기의 발달 등로 인한 낮은 독서율과 전자책의 보급 등을 꼽았다.내부적으로 지역 사람들의 '애향심'에 의존한 안일한 마케팅 방식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 물론 있다고 했다.
대한서림은 손님이 찾아오는 지역 대표 서점으로 다시 거듭나기 위한 자구책을 모색 중이다.
2층 매장을 책과 손님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리모델링 하는 한편, 서점을 방문한 고객이 찾는 책을 매장에 비치하지 못했을 경우 집으로 직접 배달해 주는 배송 서비스 등을 준비 중이다. 한권숙 본부장은 "지금 서점은 변화에 적응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옛 명성을 찾기 위한 방안을 고민중이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 기사는 경인일보와 인천문화재단이 협력해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