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유화 온산공장
대한유화의 주력 사업장인 울산광역시 온산공장 전경. /대한유화 홈페이지 제공

창업주 후손들 상속세로 '타격'
정부 지분 처분 오너경영 강화
HDPE 국내생산 24% 업계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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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림은 1970년 6월에 일본 마루베니와 합작해서 울산공단 내에 세폴리프로필렌,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갖추고 석유화학제품 제조업체인 대한유화공업주식회사를 설립했다. 1975년 국가기간산업체로 선정됐고, 1991년 온산공업단지에 원료 자급을 위한 나프타분해 공장을 준공했다.

하지만 유화업계 경쟁 격화로 1994년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10여 년간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노출됐는데 배경은 다음과 같다.

1990년 이정림이 사망하자 그의 후손들은 상속세 명목으로 현금 대신 대한유화 지분 32.7%를 정부에 제공하면서 공동창업자 이정호가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정부는 보유한 대한유화공업 지분 32.7%의 매각을 여러 번 추진했다.

대한유화 오너가의 지분이 40% 수준이어서 타 업체가 정부 지분을 인수하고 우호지분을 확보하면 단숨에 경영권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동부와 효성이 대한유화 지분을 대거 사들이며 적대적 M&A설에 불을 지핀 것도 이런 배경이었다. 대한유화가 1994년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도 오너일가 경영권 유지에 악재로 작용했다.

한 유화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유화업계는 규모의 경제를 외치며 증설과 인수합병을 놓고 고민을 했다. 대한유화공업은 규모는 작지만 알짜 회사로 대기업들이 M&A 먹잇감으로 주로 노렸던 기업"이라고 밝혔다.

정부로부터 대한유화공사 지분을 넘겨받아 관리하던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는 2007년 국민연금H&Q 사모펀드에 지분 21%를 매각했다. 2대 주주로 등극한 국민연금H&Q가 우호주주로 이정호 명예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주면서 적대적 M&A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2010년 국민연금H&Q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대한유화 지분매각을 추진하자 또다시 경영권 문제가 불거졌다.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다양한 업체가 국민연금H&Q의 지분 인수를 추진하며 경영권을 호시탐탐 노렸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대한유화공업은 국민연금H&Q의 자사주 일부를 매입해 소각하면서 투자금 회수를 도왔다.

국민연금H&Q는 블록딜과 대한유화 자사주 매입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경영권을 오랜 기간 위협했던 정부 측 지분이 처리되자 오너가의 경영체제도 강화됐다. 유니펩과 KPIC코퍼레이션은 경영권 강화의 지렛대 역할을 했다. '경영권 트라우마'가 뇌리에 깊게 박힌 오너일가는 2000년대 이후 경영권을 다지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 결과 이정림 명예회장의 조카이며 대한유화공업 오너인 이순규 대한유화공업 회장이 경영권을 확실히 장악했다. 이순규의 개인회사인 KPIC코퍼레이션과 유니펩은 그 토대가 됐다.

대한유화는 2010년 9월 기준 온산공장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47만t으로 국내 총 생산 능력의 6%를 차지하고 있다. 프로필렌 생산능력은 35만t으로, 국내 총 생산 능력의 6%를 차지하고 있다.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의 생산능력은 2010년 6월 기준 53만t으로, 국내 총 생산의 24%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계열사로는 유니펩(주), (주)케이피아이씨코퍼레이션, (주)코리아에어텍, ATMAN PTE.LTD. 등이 있다.

/이한구 경인일보 부설 한국재벌연구소 소장·수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