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관은 직무 스트레스가 있어도 어디서 해소할 곳이 없다." 경인일보가 취재 과정에서 들은 얘기다. 매일 발생하는 사건 처리에 숨돌릴 틈조차 얻기 어렵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절차에 따라 잘잘못을 가려주는 게 경찰관이 맡는 일이다. 반복되는 교대 근무로 '개인적 여가'를 여유롭게 누리는 것도 쉽지 않다.
최근 한 달 새 숨진 경찰관 3명은 모두 경위였다. 경위는 간부도, 비간부도 아닌 '낀 계급'이다. 근속승진이 도입된 이후 경위 계급이 급증해 비간부인 순경, 경장, 경사보다 그 수가 많다. 간부로 분류돼 있으면서도 실무자 역할도 담당한다. 간부로서 책임감과 실무자로서 신속하고 꼼꼼한 일처리 능력이 필요한 위치다. 간부와 비간부의 중계자, 조율자로서 역할도 부여된다. 직무 스트레스가 있어도 털어놓을 상대가 마땅치 않다. '간부', '비간부' 용어를 폐지해 조직 내부 위화감을 없애겠다는 경찰청의 계획이 수개월 전 발표됐지만, 현장 경찰관의 처지는 '용어 정리'로만 해결되기 힘들다.
인천경찰청은 이들의 죽음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모두 20~30년 경력의 베테랑이었다. 우울증 등이 극단적 선택을 유발한 유일한 요인이 아닐 것이다. 대책 마련을 위해 수립되는 TF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베르테르 효과'를 차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명래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