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병사 오청성(24)은 북한을 비추는 거울이다. 특히 북한 실정을 모르는 청소년층엔 교육 효과가 지대하다. 2017년 11월 현재 뱃속에 회충이 꿈틀거리는 우리 청소년은 거의 없다. 그러나 6·25 전쟁 전후인 60~70년 전엔 정반대였다. 창자 속에 기생충 없는 국민은 거의 없었다. 지금의 북한처럼…. 그러니까 뱃속 기생충만 봐도 남북 수준 격차는 60~70년이다. 그 산 증거가 바로 오청성 뱃속이다. 그의 뱃속은 북한의 거울이고 북의 참상을 그대로 우리 젊은이들에게 비춰준 것이다. JSA 병사라면 그나마 출신성분이 좋고 체격 좋은 엘리트라는 거다. 그런데도 그의 뱃속이 그랬다. 브라이언 훅(Brian Hook) 미 국무부 정책실장은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그 병사는 B형간염(hepatitis B)을 앓고 있고 최장 27㎝의 기생충(parasitic worms) 수십 마리가 나왔다'고 했다.
훅 실장은 '그 병사의 뱃속이야말로 병영(兵營)국가 군인들마저 끔찍한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는 증거고 북한 주민의 굶주리는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라고 했고 북한을 '노예국가'로 규정했다. JSA 북한 병사들은 잠시 전까지만 해도 생사의 동지였던 오청성을 향해 집중사격을 가해 총알을 5발이나 맞혔다. 그래서 99% 죽은 그 병사를 두 차례 수술 끝에 기적처럼 살려내고 그 뱃속 상태를 고발한 아주대 이국종 교수야말로 영웅 아닌가. 그는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의 습격을 받아 죽어가는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도 살려낸 신의(神醫)였다. 만약 이국종 교수가 김종대 정의당 의원 주장처럼 오 병사에 대한 인격 테러를 꺼려 그 뱃속 상태를 세상에 알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걸 알린 공 또한 목숨을 살린 공 못지않다.
더구나 희망적인 건 우리 대학생들이 'JSA 탈북병사 돕기 운동본부'를 발족시켜 돕기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그 또한 얼마나 고무적인 뉴스인가. 수술 상태가 상당히 호전된 오청성 군은 현재 아주대병원 본관 13층 VIP실에 입원 중이고 하루 병원비가 58만원이라고 했다. 군 통합병원으로 언제쯤 옮길지는 미정이란다. 그의 앞날이 주목거리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