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로의 현금화에 문제 발생시
지역화폐 합의 준수 가능여부와
존폐문제 쉽게 제기 될 수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필수적이란
이론·실증적 증명 어려운 만큼
사회운동가에 의한 주도 조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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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운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
경기가 어려울 때 자주 나타나는 움직임이 있다. 지역화폐 도입이다. 1930년대 세계적으로는 대공황 때 무수한 지역화폐가 도입되었고, 외환위기 때는 우리나라에서도 30여개의 지역화폐가 도입되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지역화폐는 말 그대로 특정지역에서만 통용되는 화폐이다. 법률에 따라 중앙은행이 발행하여 강제 통용력을 갖는 법화와는 달리 지역사회 또는 지역공동체 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거래된다.

지역화폐 도입이 시도되는 이유는 나름대로 지역화폐가 갖는 장점 때문이다. 대부분 지역화폐는 당장 환금성을 보장할 자산이 뒷받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내 합의를 바탕으로 발행된다. 먼저 거래를 하고 실제 법화는 나중에 갚기로 한다. 따라서 소득부진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지역에서 경기와 관계없이 상거래를 일으킴으로써 소비에 이어 생산과 소득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지역화폐는 지역 내에서만 거래되므로 지역화폐로 쌓은 부가 외부로 유출될 염려도 없다. 신자유주의 화폐경제에서 느끼는 양극화의 염증으로, 부의 공유를 원하는 경제민주화의 대안으로 추구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화폐가 법률보다는 지역내 합의를 전제로 하는 만큼 지역화폐의 지속을 위해 여러 전제를 충족시켜야 한다. 기본적으로 동질성, 가분성, 운반용이성, 내구성 등을 갖춘 후 시장에서의 수용성과 가치의 안정성을 갖추어야 한다. 동시에 지역화폐가 통용될 지역사회도 굳건한 지속가능성을 갖추어야 한다. 시장에서의 수용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역내 경제적인 이유 뿐 만 아니라 사회, 문화, 환경 등에 걸쳐 지역화폐의 필요성이 변함없이 지역공동체를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지역화폐가 지역의 결속력을 강화하여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가치의 안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역화폐도 엄연히 화폐인 만큼 당연히 화폐로서 기능발휘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교환의 매개수단, 지급수단이면서 가치척도와 가치저장수단으로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기초적인 합의에 따라 재화와 서비스를 주고받은 후 지역화폐로 결제하는데 문제가 없다면 매개수단이면서 지급수단으로서의 기능은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거래량에 비해 지역화폐 공급량의 과부족이 나타나는 경우 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면서 법화와 마찬가지로 지역화폐의 가치도 변동한다. 가치척도 수단으로서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는 말이다. 가치척도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제약되면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기능도 제약된다. 화폐로서의 주요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면 지역내 합의만으로는 이를 해결하기 어렵게 된다.

예로 특정인이 법화에 비해 유통력이 떨어지는 지역화폐를 대량으로 할인 매집하여 직접 현금화를 요구하거나 물품거래를 거쳐 현금화를 요구하는 경우 또는 지역화폐를 대출이나 저축 등의 금융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법화의 금리와 다른 이율을 적용하는 경우 등에는 지역화폐의 가치가 쉽게 흔들릴 우려가 있다. 또한 지역화폐를 통한 거래와 부의 축적에 따른 과세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사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최종적으로 법화로의 현금화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지역화폐에 관한 합의의 준수 가능여부 문제에 이어 지역화폐의 존폐문제가 쉽게 제기될 수 있다. 지역화폐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현실의 법화시장에서 민사 또는 형사문제로 제기되는 경우를 막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현금화 재원을 미리 쌓아 놓고 발행하는 상품권이 아니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법정 화폐에 흡수되어 사라지고 말았던, 지역화폐의 발행에 신중하기를 바라는 이유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지역화폐가 필수적이라는 이론적 또는 실증적 증명도 찾기 어려운 만큼 논리 정연한 달변에 열정을 갖춘 '한 때의 지역사회운동가'에 의해 주도되는 지역화폐의 도입을 우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하운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