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탈핵 에너지혁명 추진
정부도 2083년 '원전제로' 목표
달성한다는데 60년이나 걸려
포항지진에 수능연기 사태 기점
계획 다시 세워야하지 않을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일본의 지진 소식이 전해질 때면 우리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그런 말이 무색해졌다. 작년 경주에서 지진이 있은 이후 올해 포항에서도 예고 없이 일어났다. 경주는 지진 강도가 5.8이었으며 그 후 500회 정도 여진이 이어졌다. 이번 포항 지진은 공교롭게도 수능시험 하루 전날인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에 강도 5.5규모로 발생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78년 4월 29일 설비용량 587MWe인 고리 1호기를 가동하기 시작해 2016년 현재 25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원전은 얼마나 안전한지 생각해야한다. 국제원자력기구의 PRIS자료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있는 이 25기의 원전은 총 4개의 부지에 집중돼 있는데 고리, 월성, 한울, 그리고 한빛 원전단지다. 그리고 개별 부지별 원전 밀집도 및 부지별 원전 규모에서도 세계 1위이다. 미국보다 20배 이상, 러시아보다는 100배 이상 원전 밀집도가 높다고 한다. 더구나 원전이 폭발했을 때 피해지역인 반경 30㎞내에 인구 밀집도 또한 세계1위다. 그 외에도 고리원전에서 불과 몇 십킬로 안 떨어진 곳에 울산석유화학단지(18㎞), 현대자동차(25㎞), 부산항(32㎞), 해운대(21㎞)가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원전에서 나오는 폐기물(사용 후 핵연료)을 40년 이상 저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괜찮은가?
그림책 '희망의 목장'(모리 에코 글. 요시다 히사노리 그림. 고향옥 옮김/해와나무)에서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피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9.0의 강진으로 불과 몇 십분 만에 밀려온 쓰나미 현상으로 후쿠시마는 원전 사고의 피해를 입었다. 원전으로부터 반경 30㎞이내에 거주하는 모든 생명체는 그곳을 떠나야했다. 지금도 후쿠시마에는 방사능 때문에 20㎞이내에는 아무도 거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그곳에 머무는 생명체가 있다. '나는 소치기입니다.'라고 말하는 그림책 속 주인공 요시자와 마사미씨와 그곳에 남은 소 360마리다. 정부에서는 가축들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어차피 사람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모두 살처분 하라고 하지만 소치기는 소들을 먹이며 돌본다. '애들아, 많이 먹고 똥 누거라. 그래도 돼, 그게 너희 일이니까. 내일도 모레도 밥 줄게. 나는 소치기니까. 언제까지나 너희와 함께 여기 있을 거란다. 의미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이 그림책은 원전사고의 피해와 함께 무엇이 의미가 있는 일인지, 희망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체르노빌참사(1986년 4월)와 후쿠시마참사를 교훈삼아 탈핵 에너지혁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이 그 좋은 본보기다. 우리나라도 탈핵에너지혁명에 앞장서야한다. 현 문재인 정부가 2083년에 원전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60년이나 걸리는 사안이다. 이번 포항 지진으로 인한 수능지연사태를 기점으로 좀 더 박차를 가하여 원전 제로의 계획을 다시 세워야하지 않을까.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