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제기됐던 개헌 논의 '지지부진'
'국민위한 개헌' 국민 스스로 미래위해 논해야
정치권 "시간없다"며 약속 뒤집으려는건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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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록 김포시장
이른바 '87년 체제' 극복의 필요성이나 종언은 이미 10년 전부터 나왔다. 1987년 개정된 대한민국의 10번째 헌법. 1988년 노태우 정권부터 지금의 문재인 정부까지 30년간 우리나라의 최정점에서 국가 운영 시스템과 원리로 작동하는 지금의 6공화국 헌법 말이다. 대통령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무엇보다 뽑는 사람이나 뽑히는 인물이나 낯 뜨거운 체육관 간접선거를 버리고 국민이 직접 선출하도록 바꾼 건 반헌법적 군사쿠데타 세력의 개정이지만 주권재민(主權在民)의 회복으로서 의미가 컸다. 물론, 70년대를 넘어 80년대 내내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짊어지고 독재 종식과 민주화에 앞장선 운동가들의 자기 희생과 다수 국민의 열망이 만들어 낸 성과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게 한 세대 30년 동안 성과와 모순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새 헌법을 이야기해왔다.

이번 개헌 논의의 핵심은 분권(分權)이다. 지방분권과 국민의 기본권 확대, 권력구조 개편도 결국은 분권이다. 이 중 지방정부는 재정분권이 관건이다. 김포시만 해도 내년부터 일반예산의 40%를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 투입한다. 중앙정부에서 일을 벌여놨다가 손을 떼고 광역정부도 모르겠다며 떠넘긴 사업이 부지기수다. 아무리 일몰시키려 해도 못 없애는 사업의 예산부담은 고스란히 지방정부 몫이다. 중앙정부의 일을 대신해주고 심지어 세금도 대신 걷어주지만 재정권은 없다. 중앙정부는 80%의 세금을 가져갔다가 40%를 선심 쓰며 다시 지방정부에 내려준다. 그러니 지방이 중앙의 눈치를 살피고 종속될 수밖에 없다. 국세와 지방세의 세출 비율은 4대6인데도 세입비율은 8대2다. 지방이 고개를 조아리는 현재의 불균형적인 재정구조를 바꿔야만 한다. 이렇듯 개헌에 대한 논의 거리가 산더미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4년 중임이요, 분권형이요 구체적으로 나오던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정국의 블랙홀이라는 개헌을 추진하고 있지만, 도무지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가 없다. 개헌안 논의의 주도권을 쥔 국회도 조용하고 언론도 침묵이다. 아니, 요즘 들어선 분위기가 더 이상하다. 일부에서 말을 바꾸며 개헌 논의를 뒤집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올해 탄핵 정국과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주요 후보와 정당이 하나같이 개헌 필요성과 권력구조 개편, 나아가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 등 시기까지 밝혔던 사실을 똑똑히 기억한다.

특히 개헌 시기만큼은 주요 대선후보 5명 모두 이견이 없었다. 그런데도 누구는 내년 개헌 관련 지방정부 수장의 입장에 대해 "시장 선거나 잘하지 자기가 왜 그것까지 관심을 가지느냐"고 역정을 냈다니 귀가 의심스럽다. 개헌 논의는 여의도에서만 가능한 것인가. 헌법의 주인이고 주체인 국민은, 또 지방정부는 들러리 취급인가.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칠 헌법 개정에 입을 닫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인가.

친구 사이에, 가정에서, 모임마다 개헌을 이야기해야 한다. 자신의 미래를 당연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가 몇몇 국회의원의 소유물이 아니듯 개헌도 여의도만의 의제가 아니다. '당신이 왜 개헌에 관심을 가지느냐'며 반문하고 논의조차 하지 말라는 그 생각의 바탕이 놀랍다. 그동안 지방정부와 산하기관을 대체 어떻게 봐왔단 말인가.

개헌의 당위성과 필요성, 시기, 자치분권과 기본권 강화 등 방향은 이미 지난 촛불민심과 대통령 선거에서 결정됐다. 이를 되돌리려는 시도는 민심과 천심의 명백한 배반이다. 뜬금없이 시간이 없다며 불과 몇 달 전의 약속을 뒤집고 논의조차 막고 있는 꼼수 여반장을 그 어느 국민이 수긍하겠는가.

/유영록 김포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