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위한 개헌' 국민 스스로 미래위해 논해야
정치권 "시간없다"며 약속 뒤집으려는건 꼼수
이번 개헌 논의의 핵심은 분권(分權)이다. 지방분권과 국민의 기본권 확대, 권력구조 개편도 결국은 분권이다. 이 중 지방정부는 재정분권이 관건이다. 김포시만 해도 내년부터 일반예산의 40%를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 투입한다. 중앙정부에서 일을 벌여놨다가 손을 떼고 광역정부도 모르겠다며 떠넘긴 사업이 부지기수다. 아무리 일몰시키려 해도 못 없애는 사업의 예산부담은 고스란히 지방정부 몫이다. 중앙정부의 일을 대신해주고 심지어 세금도 대신 걷어주지만 재정권은 없다. 중앙정부는 80%의 세금을 가져갔다가 40%를 선심 쓰며 다시 지방정부에 내려준다. 그러니 지방이 중앙의 눈치를 살피고 종속될 수밖에 없다. 국세와 지방세의 세출 비율은 4대6인데도 세입비율은 8대2다. 지방이 고개를 조아리는 현재의 불균형적인 재정구조를 바꿔야만 한다. 이렇듯 개헌에 대한 논의 거리가 산더미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4년 중임이요, 분권형이요 구체적으로 나오던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정국의 블랙홀이라는 개헌을 추진하고 있지만, 도무지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가 없다. 개헌안 논의의 주도권을 쥔 국회도 조용하고 언론도 침묵이다. 아니, 요즘 들어선 분위기가 더 이상하다. 일부에서 말을 바꾸며 개헌 논의를 뒤집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올해 탄핵 정국과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주요 후보와 정당이 하나같이 개헌 필요성과 권력구조 개편, 나아가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 등 시기까지 밝혔던 사실을 똑똑히 기억한다.
특히 개헌 시기만큼은 주요 대선후보 5명 모두 이견이 없었다. 그런데도 누구는 내년 개헌 관련 지방정부 수장의 입장에 대해 "시장 선거나 잘하지 자기가 왜 그것까지 관심을 가지느냐"고 역정을 냈다니 귀가 의심스럽다. 개헌 논의는 여의도에서만 가능한 것인가. 헌법의 주인이고 주체인 국민은, 또 지방정부는 들러리 취급인가.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칠 헌법 개정에 입을 닫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인가.
친구 사이에, 가정에서, 모임마다 개헌을 이야기해야 한다. 자신의 미래를 당연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가 몇몇 국회의원의 소유물이 아니듯 개헌도 여의도만의 의제가 아니다. '당신이 왜 개헌에 관심을 가지느냐'며 반문하고 논의조차 하지 말라는 그 생각의 바탕이 놀랍다. 그동안 지방정부와 산하기관을 대체 어떻게 봐왔단 말인가.
개헌의 당위성과 필요성, 시기, 자치분권과 기본권 강화 등 방향은 이미 지난 촛불민심과 대통령 선거에서 결정됐다. 이를 되돌리려는 시도는 민심과 천심의 명백한 배반이다. 뜬금없이 시간이 없다며 불과 몇 달 전의 약속을 뒤집고 논의조차 막고 있는 꼼수 여반장을 그 어느 국민이 수긍하겠는가.
/유영록 김포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