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더 많이 살려낼수록 적자 늘어나고
의사들은 죄인 취급되는 '중증외상센터'
국민 생명 더 지킬수 있는 지원정책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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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표 논설실장
수년 전, 아주대병원 외과의사 이국종을 단독 인터뷰 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병원장과 대학 관계자를 통해 압력을 넣었다. 대학 선배인 홍보팀장에게는 "타사가 먼저 만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돌아가며 풀(pool) 인터뷰를 하는 바람에 낙종도, 특종도 없었다.

이국종은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면서 세상에 이름 석 자를 알렸다. 언론은 그를 또 다른 영웅이라 불렀는데, 진짜 공적(功績)은 따로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중증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과 필요성을 알린 것이다. 대통령 지시로 전국 권역별로 중증외상센터가 개설됐고, 의료헬기로 환자를 나르게 됐다. 온전히 그의 힘이었다.

세월에 묻혔던 그가 북한군 병사가 JSA를 넘어선 이후 다시 언론 앞에 섰다. 총알을 다섯 발 맞았다는 병사를 거뜬하게 치료했고, VIP 병실로 옮겨진 사진이 공개됐다.

시간이 지났어도 그는 여전했다. 안경 쓴 마른 얼굴에, 눈빛은 차가웠다. 환자가 궁금한 기자들에게 정치권과 정부, 언론에 대한 비판을 격정적으로 쏟아냈다. 북한 병사에 대해서는 '살 것'이라고 짧게 언급했다.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와 이국종에게 뭔 일이 있었는가.

2011년 석 선장 치료비 2억원은 아주대병원이 떠안았다. 병원 측은 2015년 말 1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치료를 받을 당시부터 제기됐던 치료비 문제는 끝내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석 선장과 이 교수에게 훈장을 주면서도 비용 부담은 모른 체 했다.

중증외상센터가 지난 6개월간 헬기로 실어나른 응급 외상 환자는 150명이 넘는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100병상인데, 의사는 고작 10명이다. 인턴과 레지던트는 찾아볼 수 없고, 모두가 전문의들이다. 간호사는 환자 1명당 1명 선이어야 하는데 3명이 넘는다. 새로 배치된 간호사 10명 중 4명은 중도에 그만둔다. 새내기 일도 중견 간호사가 한다.

응급의과 허요 교수는 이국종을 보좌하는 3년 차 전문의다. 한 달 30일 가운데 8~10일 야간 당직을 선다. 36시간 연속 근무가 다반사다. 그는 "사명감이 아니면 버티기 힘들다"면서 "악조건에도 센터가 운영되는 게 놀랍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환자들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위중한 상태로 실려온다. 복부 외상은 대장과 위장, 간과 허파 등이 다발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인정하는 의료 수가는 주 질환 100%, 나머지 부 질환은 70%만 인정한다. 환자가 많을수록 적자가 늘어난다는 이국종의 주장은 이상한 수가 책정에 근거한다. 병원은 적자만 쌓이는 외상센터가 달갑지 않다. 센터 손실만 연간 10억 원을 넘는다고 한다. 환자를 더 많이 살려낼수록 적자는 더 커진다. 센터 의사들을 '죄인'으로 내모는 구조다.

이국종은 심신(心身)이 지칠 대로 지쳤다고 한다. 동료들에게 "헬기서 줄 타고 내려가다가 사고로 떨어져 죽었으면 차라리 후련하겠다"며 괴로움을 호소한다. 동료인 배기수 교수(소아과)는 언론 기고문에서 "극심한 피로와 우울을 겪는 그에게 남은 욕심이란 한 명이라도 더 살려내자는 것이다. 귀순 북한군 병사가 이국종에게 이 세상에 한 번 더 호소할 기회를 주었다. 국민의 생명과 가정을 지켜내는 중증외상센터가 더 이상 죄악이 되면 안 된다는 그의 절규를 듣고, 무엇이 급하고 소중한지를 분별해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말하는 '나라다운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정부와 국회는 외상센터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며 호들갑이지만 '국민이 안전한 나라'는 아직 먼 듯하다. 배 교수에 따르면 '아마존 밀림 야자나무에서 떨어지나, 국내 공사 현장에서 떨어지나, 사망 확률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게 대한민국이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