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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F조에 속한 한국 대표팀은 4팀 가운데 최약체다. 같은 조 독일, 멕시코, 스웨덴이 모두 1승 제물로 한국을 지목했다.

스웨덴 대표팀 주장 안드레아스 그랑크비스트(FC 크라스노다르)는 "첫 상대가 독일이 아닌 한국이란 건 행운"이라고 했다. 프랑스 월드컵 당시 대표선수로 뛰었던 콰우테모크 블랑코는 "한국은 20년 전 멕시코 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줬던 팀"이라고 즐거워했다. 독일 언론은 신태용 감독을 얕잡아본다. 일간지 빌트는 "신태용 감독은 뢰브(독일 대표팀 감독)와 유사한 헤어 및 패션 스타일을 보이지만 둘의 커리어는 닮지 않았다. 엄청난 성과를 낸 뢰브와 달리 신태용은 경험이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싸워보기도 전, 의기소침할 만하다. 이런 보도를 접하는 국민들의 마음도 부글부글 끓는다. 한겨울인데도 머리에서 뜨거운 김이 날 지경이다.

냉정한 눈으로 보면 다 맞는 말이다. 독일은 우승 경험이 네 차례나 되는 초강국이다. 차범근 선수가 뛸 당시의 독일 분데스리가는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리그였다. 스웨덴은 줄리메컵을 네 번 들어 올린 이탈리아의 월드컵 16연속 출전을 좌절시켰다. 멕시코는 브라질, 아르헨티나와도 대등하게 맞서는 중미의 강호다. 3국 모두 FIFA 랭킹이 한참 위이고, 객관적 전력에서도 우리가 한 수 아래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구기 종목 가운데 유난히 이변(異變)이 많은 게 축구다. 지구촌 전체가 월드컵에 열광하는 이면에는 의외성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 대표팀도 못할 게 없다. 전쟁에서 가장 무서운 건 겁날 게 없는 전사들이다. 최약체로 평가받는 우리 팀은 잃을 게 없으니 두려울 것도 없다. 상대 팀이 우습게 알고 달려드는 허점을 파고들면 의외의 결과가 날 수 있다. 정신력으로는 독일도, 브라질도 능가하는 게 태극전사들이다.

그렇더라도 지금의 전력으로는 안된다. 독한 결기로 팀워크와 전술을 가다듬어야 한다. 오기(傲氣)만으로는 적을 물리칠 수 없다. 대표팀 선수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 "국민은 허약한 태극전사를 원하지 않는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