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영 수원시장
인간성 상실·파편화 가속화
인성·공동체등 중요성 부각
학교와 지역사회 연계 강조
■이원희 한경대 교수
새로운 사회, 아이들의 몫
평생 학습 간과할 수 없어
꿈꾸게할 상상력 심어줘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입시=교육' 인식 한계달해
100세 삶 대비한 지식 필요
지자체 자원 모두 동원해야
7일 오전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열린 '경기교육 시민 대토론회'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염태영 수원시장은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평생학습'을 통해 미래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지자체와 교육계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했다.
# '근본'이 뒤바뀐다. 현재진행형 '4차 산업혁명'
-이원희 한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이하 이원희)
= 토론회에 앞서 진행된 기조강연에서 김신일 전 교육부총리께서는 4차 산업혁명을 '쓰나미'라고 표현했다. 4차 산업혁명,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하 이재정)
= 4차 산업혁명은 노동구조·생산구조·정치개념·사회문화 등 우리 삶의 모든 영역, 모든 사람에게 중대한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근본'적인 혁명이다.
상용화되기 시작한 '드론택시', 이세돌 기사와의 대국에서 승리한 알파고, 인공지능 의사 '왓슨' 등을 떠올려보면 이미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4차 산업혁명의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이하 염태영)
= 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의 부정적 미래를 말하곤 한다. 인공지능인 알파고에 패한 이세돌의 예를 들어보자. 이세돌은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패배했지만, 그는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꿔 생각해보면 이세돌은 졌지만, 알파고를 만든 구글의 '하사비스'는 승리했다. AI를 만든 것도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폭풍에 긴밀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장밋빛 청사진 VS 우울한 청구서, 4차 산업혁명 한국교육의 미래는
-이재정
= 최근 포항 지진 때 수많은 수험생들이 한 일은 일주일 연기된 수능 대비를 위해 수능 전날 모두 버려버린 '수험서'를 찾는 일이었다. 이는 현재 교육이라는 것이 입시가 종료됨과 동시에 끝이라는 한국사회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유명한 미래학자인 토마스 프레이는 앞으로 학교가 해야 할 일은 국·영·수에 매몰된 입시교육이 아닌 학생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염태영
= '경쟁',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하루빨리 탈피하고 '인문학', '인성', '공동체' 등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사람들 간 '지식'의 격차를 사라지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성이 상실되고, 인간이 파편화되는 것을 끊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부모, 지역사회 등이 모두 힘을 합쳐 아이들에 대한 미래 교육을 면밀히 준비해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 수원시·경기도교육청 어디까지 왔나
-이원희
= 4차 산업혁명은 결국 '미래세대'의 몫이기 때문에 '평생학습'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염태영
= 우리 시는 현재 평생학습과 관련해 촘촘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모든 주민들이 10분 이내 걸어 도착할 수 있는 800여개의 공공도서관, 연간 1만개에 달하는 시민교육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지역사회 모든 기관·기업·주민들과 협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난 9월에는 우리 시가 유네스코로부터 '학습도시상'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구축된 시스템을 가지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당면한 변화에 시민들의 빠른 적응을 도울 수 있게 '평생학습'을 운영해 나가는 것이다.
-이재정
=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궁극적으로 일하는 사람보다 일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2일, 3일만 일하는 사람들이 등장할 것이다. 결국 나머지 시간에는 어떻게 즐겁게 살아가야하는 지에 대한 교육이 이뤄질 것이다. 그래서 교육은 변화해야 한다.
학교 교육은 시험, 입시를 위한 교육이 아닌 100세 평생을 살아가는데 기초교육이 돼야 하고, 평생교육을 위해선 지역사회와 교육계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 따로 또 같이, 지자체와 교육계가 함께 나아갈 방안은
-이원희
=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새로운 세계를 꿈꿀 수 있는 상상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교육은 '대학 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자체와 교육계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을 하기 위해 서로에게 바라는 점들이 있다면.
-염태영
= 현재 수원시는 교육관련 예산을 많이 투자하고 있다. 수원이 교육투자 1위 도시로 뽑히기도 했고 이달에 청소년 정책분야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청소년진로상담기관인 '수원청소년 희망등대센터' 등 자유학기제를 미리 대비해 청소년에게 현장교육을 하고 있다.
또 선생님들이 모임을 만들어 '미리 진로진학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청, 시 모두 연결된 것이다. 지역에 있는 학부모, 교육에 열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모임을 만들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와 연계한 배움이 중요하다. 이는 진로진학이나 사회생활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재정
= 100년 동안의 전통을 버리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가 없을 것이다. 변화를 위해 교육자치가 실현돼야 한다. 모든 규칙과 모든 내용을 국가가 정하고 있고 교사만이 수업을 할 수 있다. 기존의 체제와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 민주주의를 계속 추구해 나가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 예로 '꿈의 학교'가 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모든 교육적 자원이 총동원돼 학생들과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다. 학부모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국·영·수 성적 중심의 전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근본적인 변혁이 일어나지 않으면 우리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없다.
# 교육 '패러다임' 변화 위해 모두가 고민해야
-염태영
= 수원시는 내년에 유엔사무총장과 유창하게 대화를 나눴던 로봇 '소피아'를 초청해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인간과 똑같은 표정, 유창한 말솜씨 등을 시민들이 직접 보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고민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입시에만 국한된 교육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의 화두를 '인간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재정
= 대학진학 만족도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 대학진학을 후회한다고 답한 학생들이 75%가 넘는다고 한다. 결국 입시 위주의 교육이 '실패'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러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선 교육과 관련된 모든 구성원들이 논의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준비라고 생각한다.
/박연신·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