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반응속 "진보 불리한 구도" "혁신학교 등 가치 강조" 예상
현 선거제 문제의식 공유·다른 해법에 개편 논란 새 쟁점 가능성

인천 첫 진보 교육감이 재임 중 뇌물죄로 교육감직을 상실하면서 보수와 진보 진영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년 교육감 선거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보수 진영이 '진보 = 부패'라는 프레임으로 상대방에 대한 공세에 나설 수 있고, 진보 쪽은 수세에 머무르지 않고 '진보 교육의 가치'를 강조하는 전략 채택을 예상할 수 있다. 교육감 선거 제도 개편이 새로운 쟁점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7일 대법원이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의 상고를 기각하고 뇌물죄 등을 인정해 징역 6년의 원심판결을 확정했지만, 교육계의 반응은 차분했다. 교육감 복귀를 기대하는 이들도 일부 있었지만, 상당수는 2심 판결 이후 이 교육감의 당선 무효 확정을 예측한 분위기였다.

박융수 인천시교육청 부교육감(교육감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긴급 간부 회의를 열어 "우리 모두가 잘못한 부분이 있고, 깊게 성찰하자"면서도 "잘못된 것은 마무리 짓고, 주눅 들지 말고, 적극적으로 일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후보 단일화 작업을 최근 시작한 보수 진영 역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반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바른 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단 관계자는 "판결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진보 진영 역시 뚜렷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진보 교육감의 교육감직 상실을 지켜봤다.

차분한 반응 속에서도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교육감 선거 예비 주자들의 셈법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보수 쪽 인사들은 "교육감 선거는 지방 선거에 묻히기 마련이고, 유권자 중 이 교육감 이름 석자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라면서도 "평소에 청렴을 강조했던 진보 쪽이 불리한 구도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점쳤다.

진보 쪽 인사들은 "깊은 성찰 이후 낮은 자세로 선거에 임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이 교육감이 추진했던 혁신 학교 등 진보 교육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만큼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청연 교육감 사건이 현 교육감 선거 제도 개편 논란으로 확산될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교육감이 선거 빚을 갚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에 대해 보수 쪽에서도 "정당 도움도 받지 못한 교육자들이 돈이 많이 필요한 선거에 나섰다가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보수, 진보 두 진영은 현행 교육감 선거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해법은 다르다.

보수 성향의 교원 단체인 교총은 이미 수년 전부터 교육감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꿔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직선제를 유지하면서 '정부 지원', '선거 비용 상한액 축소' 등 보완책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