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대회 일정 바빠 결혼식 아직 못올려
믿고 기다려준 그녀에게 '메달 프러포즈'
국가대표 선발한 전국체전서 실격 좌절
수원시·시체육회 믿음과 지원으로 부활
'자세·멘탈' 등 부족한 부분 보완하겠다

수원시청 역도팀 서희엽의 세계선수권대회 첫 금메달 수상 소감이다.
서희엽은 지난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2017 세계역도선수권대회 남자 105㎏급 용상에서 생애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메달은 수원시청 역도팀 소속 선수가 따낸 세계선수권 첫 메달이다.
하지만 서희엽이 금메달을 아내에게 선물하겠다고 밝힌 건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다.
서희엽은 지난 7월 혼인 신고를 마쳤지만 국제대회 일정으로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또 대구에 신혼집을 마련했기 때문에 부인과 주말부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희엽은 "제가 운동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이해해 주고 있다. 이런 내조가 없었으면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을 거다. 이 메달은 제가 만들었다기보다는 묵묵히 옆에서 믿음으로 지켜 봐준 와이프가 만들어 준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태까지 묵묵히 옆에 있어줘서 고맙고 앞으로는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외롭지 않게 해줄게"라며 프러포즈를 했다.
서희엽은 지난 10월 충남 충주 일원에서 열린 제98회 전국체전에서 한 장 남은 국가대표 티켓을 놓고 다른 지역 선수들과 겨뤘지만 인상에서 실격처리가 되면서 탈락했다.
하지만 수원시와 시체육회가 서희엽이 충분히 국제대회에서 기량이 통할 수 있다고 판단해 국가대표 선수단과 별개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필요한 행정적인 지원과 출전 비용을 지원했다.
서희엽은 "국가별 출전 쿼터가 남아 있다고 해도 연맹에서 선발하는 대표선수단에 발탁되지 않으면 나가지 못한다. 하지만 염태영 수원시장과 이내응 수원시체육회 사무국장이 지원을 해줘서 나갈 수 있었다"며 "특별한 기회를 만들어 주셨기 때문에 더 메달을 따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22㎏을 들면서 메달권 안에 들어 환호했는데 다른 나라 선수들이 실패하면서 금메달을 따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몸이 국가대표 중에 제일 뻣뻣하다.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기 전에 2~3시간씩 스트레칭했던 게 메달을 따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서희엽은 휴식을 가진 뒤 내년 4월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선발전 준비에 매진할 계획이다. 아시안게임 출전 경험은 아직 없다.
그는 "당장 코앞의 목표는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입상을 하는 것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그는 "연습할 때는 인상에서 180㎏ 이상을 드는데 시합만 나가면 10㎏ 정도 다운이 된다"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합계로 메달을 주는 거라 자세와 멘탈 등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