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통해 이제 '아동친화도시'로 향한 출발점
지속적인 노력, 진보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
민주주의 완성 위한 걸음 멈출 수 없기 때문

강범석-인천 서구청장
강범석 인천 서구청장
'자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여전히 인기가 있다. '동물의 왕국' 부류의 프로그램을 오래 보다 보면 힘세고 강한 동물의 생존을 위해서는 작고 약한 동물의 희생은 자연스럽고, 집단(동물)의 생존을 위해서는 집단내의 약자 즉, 새끼들이나 나이 많은 개체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은근히 심어주고 나아가 인간 사회도 비슷하다는 식의 인식이 스며들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곤 했다.

우리는 인간이 만들어 온 지식과 기술의 진보를 찬양하면서 동시에 자연은 '선'하고 인위적인 것은 '악'하다, 혹은 '선'하지 않다는 편견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어 보인다. 최진석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연 속의 동식물들은 그들의 의지와 무관한 진화에 진보를 전적으로 의지하지만, 인간은 의도와 의지를 갖고 진보를 이룩해 왔다.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뿐 아니라 인간의 선한 의지와 능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고 만들어 나가는 것은 당연할 뿐 아니라 과제일 것이다. 도시는 기본적으로 인위적이다. '자연스러움'은 도시와 잘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도시는 또한 크고, 많고, 익명성의 공간이다. 작고, 서로 잘 알고 그래서 불문율로도 관리가 가능했던 자연적인 공동체와는 다른 관리 방식 발전 방식이 필요하다.

서구는 지난 11월 7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아동친화도시' 인증이 그 자체로 모든 아동이 아무 문제 없이 아동들의 권리를 보장받으며 살 수 있는 도시가 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연히 아동들을 위해 훌륭한 일을 많이 했다는 의미의 표창도 아니다. '아동친화도시'는 다른 구성원에 대한 고려 없이 혹은 다른 구성원들의 일방적인 희생 위에 아동들만이 존중받고 대우받는 그런 도시를 지향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도시를 어떠한 도시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지극히 인간적이고 인위적인 고민의 결과일 뿐이다.

도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통해 우리는 재난과 재해 그리고 범죄 등으로부터 안전한 도시, 공평한 삶의 질과 인간의 존엄성을 누릴 수 있는 복지도시, 지속가능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그 기반 위에 다음 세대를 어떻게 보호 육성할 것인가, 그들이 이 도시의 주인이 되었을 때 어떠한 사고와 인식 체계 그리고 자질을 갖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그리고 그를 위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다.

거창한 논리나 '아동친화도시' 같은 표현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120㎝ 눈높이를 가진 아이들의 관점에서도 불편함이 없거나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도시, 그것을 위해 시설물의 건설과 개조가 이루어지는 도시, 아동들의 손과 발은 물론 눈과 표정으로도 심지어 꽃으로도 때리지 않는 사회, 인종·성별·장애 유무 심지어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에 의해서 그 아이의 미래가 결정되지 않는 사회,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그들과 그들이 속한 공동체의 문제에 참여하고 결정에 동참할 수 있는 사회는 우리가 모두 바라는 것이다.

인류의 이성이 꿈꾸는 사회로 나가기 위해 자치단체 차원에서 준비하고 실행하려는 노력으로 '아동친화도시'를 만들어 나간다고 말하는 것 뿐이다. 인증을 통해 이제 '아동친화도시'로 가는 출발점에 섰다. 아동친화도시를 지향한다고 대내외에 선포했기 때문에 학대사건이나 기타 아동 관련 사건과 사고가 발생한다면 더 많은 질책과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조금씩의 진보라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도시의 미래를 위한 노력인 동시에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한 걸음처럼 중단하거나 중간에 포기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강범석 인천 서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