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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발생한 남북 병사 간의 총격사건을 추리극 형식으로 풀어낸다. 극 중 남북 병사들이 북측 초소에 모여 초코파이를 함께 나눠 먹으며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남한의 이수혁(이병헌) 병장이 북한의 오경필(송강호) 중사에게 "형, 다른 건 아니고…(남한으로)안 내려 갈래? 초코파이 배 찢어지게 먹을 수 있잖아"라고 귀순을 권유한 것이다.

그러자 오경필은 순간 얼굴이 굳어지며 먹고 있던 초코파이를 뱉어버린다. "어이, 이수혁이 내 딱 한 번만 얘기할 테니까 잘 들으라우. 내 꿈은 말이야, 언젠가 우리 공화국이 남조선보다 훨씬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거야, 알갔어?" 영화에서 북한 병사들은 '김광석 노래'와 '초코파이'로 대변되는 남한의 삶을 동경하고 있었지만 그들 사이에서 '귀순'은 절대적으로 금기어였던 것이다. 초코파이로 인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은 그렇게 잘 마무리된다.

그런데 영화에서 벌어질 법한 일들이 모두 현실이 됐다. 지난 달 13일 JSA를 통해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오청성씨가 아주대병원에서 수술·치료 후 최근 병세를 회복하자 "초코파이가 먹고 싶다"고 한 것. 의료진들은 "초코파이를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고 오씨는 "개성공단에서 많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은 제과회사 측은 아주대병원 측에 초코파이 100박스(낱개로 9천600개)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병원관계자는 그중 일부를 오씨의 병실에 전달했다. 또 제과업체에서는 오씨가 퇴원한 이후에도 평생 초코파이를 무료로 먹을 수 있도록 '평생 무료 구매권' 제공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의 말처럼 초코파이는 2000년대 중반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제공되면서 널리 퍼졌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이에 발끈한 북한이 '초코레트 단설기'라는 이름으로 짝퉁 초코파이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원조에 비해 크기가 절반 이하로 작고, 빵 표면에 초콜릿도 제대로 발라져 있지 않았다. 포장에 표시된 함량이나 성분도 엉망이고 맛은 더 형편 없었다. 과연 북한 주민들이 오리지널 초코파이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올까.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