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의회가 각종 단체의 압력에 굴복해 삭감했던 예산을 부활하는가 하면 본회의까지 연기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12월 15일자 17면 보도), 예결위에서 삭감한 예산을 정작 본회의에선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사상 초유의 실수'를 벌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망신을 사고 있다.

예결위는 의회사무처 직원이 '삭감조서'를 본회의 상정 예산안에 옮기는 과정에서 실수였다고 밝히고 있으나, 예결위원들 스스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7일 부천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의회 예결위는 지난 7일 예산안 심사를 벌여 한국자유총연맹(자총) 시지회 사업비 3천330만2천원과 운영비 4천420만원 등 7천740만2천원 전액을 삭감했다. 예결위원 9명 중 5명이 삭감에 찬성했다.

부천·김포범죄피해자지원센터, 부천시 새마을회, 바르게살기운동 부천시협의회, 자연보호부천시협의회 등 5개 단체 등 유일하게 자총 예산만 삭감된 것.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정치에 관여할 수 없음에도 '태극기 집회'에 앞장섰다는 것이 삭감의 주된 이유다.

그러나 지난 12일 열린 제224회 정례회 3차 본회의에 '2018년도 일반·특별회계 예산안'엔 자총 예산 7천740만2천원이 포함, 상정돼 통과됐다. 이때까지도 예결위원 9명은 물론 시의회 전체 의원과 사무처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일부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파악했다.

이와 관련, 강동구 시의장과 한선재 예결위원장이 지난 15일 만나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양한 의견을 더 수렴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모 의원은 "삭감 조서가 작성되면 예결위원들이 강독이나 일독을 한 후 서명 또는 확인을 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라며 "그런데도 의회 사무처 직원의 실수라고만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및 기획재정부 예산 정책 관계자들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고 믿기도 어려운 초유의 일이라 뭐라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본회의에서 통과됐기 때문에 (자총)예산은 살아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이재규기자 jaytw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