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환-을지대 교수'
엄태환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의 운명 소식이 잇달아 들린다. 정부가 운영하는 'e-역사관(I'm the evidence)'에 따르면 현재 생존자는 33분이다. 등록 피해자 239명 가운데 206명이 돌아가신 것이다. 생존자 평균 연령도 91세 고령으로 제대로 된 사과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1945년 일본 패망이후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역사 속에서 1991년 8월 14일에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였다고 고백하는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이 문제의 해결은 한일관계 과거사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시금석이 되었다. 1994년 무라야마 총리의 위안부 사죄 담화, 1996년에 하시모토 총리의 위안부 사죄 편지 등이 있었으나 일본 정부 차원의 사과, 진상 규명, 적절한 배상, 책임자 처벌 등은 이루어지지 않고 국민과 피해자들이 수용하지 못하는 2015년 합의로 다시 상처를 주었다.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엔(약 108억원)을 '화해·치유재단'이 피해자 지원금으로 일부 지급했으나 피해자들을 배제한 졸속 합의로 인권과 권리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1992년부터 일본 대사관 앞에서의 수요 항의 집회, 세계 곳곳의 소녀상과 위안부 기림비, 필리핀, 네덜란드, 미국, 캐나다, 유럽 의회 등의 결의안, 유엔 인권위원회의 위안부 책임 인정 권고 등이 있었다. 이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있었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 개인의 치욕을 딛고 앞장서 일본의 잘못을 꾸짖고 계신 분들의 정신을 제국주의를 경계해야 하는 살아있는 역사로 계속 이어받아야 한다. 그래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2세 잇기 운동을 제안한다. 역사는 현재이자 미래이고 관념이 아닌 현실로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e-역사관'의 구호처럼 '내가 증거다'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역사 기록뿐만 아니라 피해자 할머니들의 정신을 잇는 젊은 세대의 활발한 활동이 필요하다.

2세 잇기를 통해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중심으로 세계시민의 성원과 연대 의식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생존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역사의 망각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진심어린 사죄와 배상을 넘어 젊은 세대에게 역사의식을 환기시킬 수 있는 교육의 기회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 제국주의의 과오를 망각하고 군국주의를 획책하고 있는 일본 우익에 대한 강력한 심판 의지의 표현이 될 것이다. 누구나 '김학순 할머니'가 될 수 있는 2세 잇기 운동의 구체적인 방안은 정의를 실현하고 역사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피해자 할머님들과 각계의 의견을 모아 정하면 될 것이다.

/엄태환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