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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베이징에서 '중국은 큰 산봉우리'라고 했다. 대국(大國)이라는 거다. 하지만 중국에선 정상회담(頂上會談:딩상후이탄)을 '봉회(峰會:펑후이)'라고 한다. G7정상회담은 G七峰會, G20정상회담은 G二十峰會다. 산봉우리들의 회담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한·중정상회담도 한·중 정상 큰 봉우리 만남과 회담이지 중국은 큰 산봉우리, 한국은 중간치 산봉우리는 아니다. 자국(自國)을 비하할 건 없다. 그러지 않아도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국가 주석)의 중국은 문 대통령을 홀대해 3박4일 간 단 두 차례 식사 대접만 받았다. 국빈이 아니라 천자(天子)가 제후국(諸侯國) 제후 대하듯 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건 우리 기자를 폭행, 쓰러진 얼굴을 축구 볼처럼 걷어차 중상을 입히고도 '한국 측이 고용한 경비원들 짓이니 중국 책임은 없다'고 발뺌하는 처사였다.

그래도 문 대통령은 내색 없이 성의를 다해 중국의 환심을 샀다. 무엇보다 1937년 중국인 30만 명을 죽이고 생매장한 난징(南京)대학살 80주기를 맞은 13일 '그 엄청난 비극에 공감한다'며 '한·중은 역사적 운명공동체'라고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난징대학살을 추도, 거국적인 공제(公祭→國葬)로 치러오면서 일제를 비난해왔으나 올해부터는 시 주석이 일본 비난을 하지 않았다. 중·일 미래 관계를 배려한 거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난징대학살 비난을 대신한 셈이다. 그러니 중국으로선 속된 말로 감동 먹을 수밖에…. 그리고 문·시 '두 산봉우리'는 '한반도 전쟁은 절대 불가'라고 했다.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거다. 김정은이 벌쭉벌쭉 웃었을 게다.

아무튼 문 대통령 방중 성과는 지대하다. 무엇보다 사드 압력을 잠재웠고 경제협력 성과는 막대할 게다. 그래선지 그간 한국에 악의적이었던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6일자 1면 머리기사에 '文在寅努力 打動中國'이라는 제목을 올렸다. '打動(타동:다둥)'이란 '마음을 움직이다, 감동시키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문재인 총통(總統)'이 아닌 '문재인'이었다. 한국을 우습게 보는, 그 얼마나 오만방자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한국, 정신 차려야 산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