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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인천지역 고등학생들의 점심이 내년부터 무상으로 제공된다. 고교 무상급식에 필요한 730억원 규모의 재원을 어떻게 나눠낼지를 두고 대립하던 인천시와 시교육청이 한발씩 양보하면서 합의를 이뤄냈다. 이로써 인천은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밥값을 책임지는 도시가 됐다.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처음이라고 한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재정난 극복'을 무상급식 확대 시행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인천시는 예산대비 채무비율이 정부의 재정 '위기단체' 지정 수준인 39.9%까지 높아지는 등 극심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 40%를 넘을 경우 재정자주권이 제한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아시안게임 개최 준비와 인천 도시철도 2호선 등 대규모 재정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얻은 많은 빚이 시 재정 운영에 발목을 잡았다.

이로인한 인천시의 '긴축' 재정은 많은 시민을 힘들게 했다. 내가 낸 세금으로 당연히 이행됐어야 할 각종 행정서비스는 지연되거나 축소되기 일쑤였다. 인천터미널 부지 매각 등 알토란 같은 시민재산도 팔아야 했다. 정부 보통교부세·국비 지원금 확충과 누락 세원 발굴 등 노력도 필요했다. 마침내 올 7월께 예산대비 채무비율은 정상 수준인 25% 아래로 떨어졌고, 연말 20% 초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천시의 재정난이 극복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의회의 예산 심사 분위기도 몇 년 전까지 "어떻게 하면 사업비를 더 줄일까"를 중심으로 심사가 진행됐는데, 올해는 "웬만하면 해 주자"는 쪽으로 바뀌었다며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공무원도 있다.

고교 무상급식 확대 시행은 재정 건전화의 성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인천시는 그동안의 재정난으로 소홀했던 분야가 무엇인지 더욱 적극적으로 살펴 시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더욱 다양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재정난 극복에 함께한 시민을 생각하는 자세일 테다.

/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