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온, 언제 사라질지 모를 인천의 오래된 가게를 시민들이 직접 영상으로 담은 다큐멘터리가 제작됐다.
지난 14일 저녁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17년 시청자의 날' 행사장. 관람객 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오래된 가게, 30일간의 기록'이라는 제목의 영상물이 상영됐다.
영상 속 인천 중구 도원동 '인일철공소'에서는 시뻘겋게 달궈진 쇠를 두드리는 송종화(79) 할아버지의 망치질 소리가 기분 좋은 리듬감으로 대장간에 퍼졌다.
남구 숭의동 주인공원 골목에 있는 '신광이발관', 강화도 새우잡이 배 '서해호', 중구 경동의 '이수일양복점', 동구 배다리 헌책방 '집현전', 지금은 문을 닫은 옹진군 시도의 '북도양조장'이 차례로 나오고, 가게 주인장들이 저마다 사연을 이야기했다.
가게별로 2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예고편인 6분짜리 영상물이었지만, 상영이 끝나자 관람객들은 마음의 울림을 담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인천의 오래된 가게 다큐멘터리는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시청자제작단, 미디어스카우트, 강화군 실버영상제작단으로 활동하는 시민 40명이 참여해 올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제작했다.
인천문화재단이 2015년 발간한 '문화의 길' 총서 시리즈 9번째 책인 '세월을 이기는 힘, 오래된 가게'(한겨레출판)에서 소개한 가게 15곳 중 10곳을 선정해 기획부터 섭외, 촬영, 편집까지 시민들이 도맡았다.
상영회에 이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든 시민들은 이들 오래된 가게가 지역 문화유산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도염전'편과 '북도양조장'편 제작에 참여한 문경숙 씨는 "시도염전이 사라진다면 이 지역에서 천일염 생산의 맥이 끊긴다"며 "무심코 지나쳤던 가게에 시간과 삶의 이야기가 녹아있었다"고 말했다.
이충환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장은 "시민의 힘으로 글을 영상으로 만들어 보존한다는 데에 그 의미가 큰 작업"이라며 "오래된 가게 다큐멘터리 자체가 앞으로 30년, 50년, 100년이 지난 후에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남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밖에 이날 '시청자의 날' 행사에서는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올 한 해 동안 펼친 활동을 마무리하고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2017 드론 영상콘텐츠 공모전 시상식', 상영회와 토크쇼가 어우러진 '미디어 나잇(NIGHT)', '인천센터와 떠나는 스마트미디어 여행' 등이 이날 행사에서 이어졌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