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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구 경기도 연정부지사
경기연정 파트너로서 필자는 최근까지 어떻게 경기도의 정명(定名) 1천년을 기념하고 새천년의 방향을 어떻게 계획할지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함께 의논해왔다. 그런데 지난 주 남경필 지사는 개인 SNS 계정을 통해서 '저는 내일 경기도를 포기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경기도정과 연정의 동반자로서 필자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예정된 토론회에서 발표할 내용을 두고서 나름 티저효과를 위해 쓴 글'이라는 해명이 잇따랐다. 하지만 염려하는 마음으로 다음날 낮 국회 토론회에서의 남지사 발제내용을 기다려야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남경필 지사는 '경기도를 포기하고 서울과 합쳐 광역서울도'를 만들자는 충격적인 주장을 제시했다.

남 지사의 주장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금 제 정신인가요'였다. 선거를 앞두고서 이슈를 만들고, 그 이슈를 주도하고 싶은 다급한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천년 경기의 역사, 1천300만 경기도민의 삶이 하루아침에 논쟁의 장에 던져져 버린 것 같아 도민의 한사람으로서 씁쓸한 마음을 이기기 어려웠다. 선거 때마다 수도권으로서 경기도의 역차별 문제가 거론돼 왔지만 그보다는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입장에서 수도권 규제 유지라는 기조가 고수돼 왔다. 새 정부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서 '국가의 고른 발전을 위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원칙으로 먼저 확인하고 있고, 경기도의 경우 수도권 규제로 인한 경기북부 접경지역을 비롯한 경기도에 대한 역차별 문제는 규제 완화로 해결해 나갈 것을 약속하고 있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위해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의 역할이 필요하고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서울, 경기가 상생 협력해야 한다는 데에 어떤 반론이 있을 수 있겠는가. 아울러 본의 아니게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경기도 일부 지역에 대한 규제 완화, 규제 혁신을 위한 노력도 불가피하다. 그리고 이 지역에 대한 규제 완화, 규제 혁신으로 경기도에 이익이 생긴다면 상대적으로 낙후된 다른 지방과 그 이익을 나누자는 것은 원칙적으로 잘못된 것일 수 없다. 그러나 도정의 책임자가 '서울과 경기의 통합', '전면적인 수도권 규제의 철폐'와 같이 파장이 클 제안을 사전 논의조차 없이 여론 앞에 던져버린다면 도민의 삶을 위해 함께 연정을 하고 있다는 동반자들로서는 이것이 '남 지사의 연정'이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가치가 있겠지만 그 중심에는 바로 국민 주권이 있다. 그리고 중앙에 집중되어 있던 권력을 나누고 또 지방으로 내리자는 '자치와 분권'이야말로 권력을 그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21세기 민주주의의 다른 이름이고 지금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인 것이다. 이렇게 자치와 분권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자치도로서 경기도의 역할 역시 더욱 커지고 있다. 더구나 내년 개헌 논의를 앞두고서 경기도는 지금까지 자치와 분권을 경기연정의 중심과제로 삼고서 경기도 내 31개 시군은 물론 전국을 상대로 관심을 촉구해왔다.

지금은 분권형 개헌이라는 과제를 앞에 두고서 지방의 모든 힘을 모아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런데 지방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갈라놓을 수 있는 논쟁거리가 다른 누구도 아닌 '경기도지사'에 의해 던져졌다. 선거를 의식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깃털처럼 가벼운 행보를 보며, 협치와 분권의 이념 위에서 출발하여 '자치와 분권'이라는 시대정신을 위해 지금껏 함께 노력해온 경기연정의 입장에서는 그 허탈감이 크다. 우리는 자치와 분권, 그리고 그 길에 앞장서 있는 경기도를 지켜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경기도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강득구 경기도 연정부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