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청산 명분 한국당 입당
가장 '유력' 홍대표가 관건

내심 바라는 건 '새보수 창당'
한국·바른 지도부 봉합 난관

'야권연대·보수통합 후보'
이해관계 얽혀 가능성 낮아

자신의 정치 미래로 경기지사 재선 도전을 택한 남경필 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바른정당 소속의 출마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지역정가가 요동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관한 탄핵사태 후 바른정당의 창당을 주도한 보수 정치 인사 중 한 명이지만, 사실상 바른정당의 창당 정신 이행이 실패했다고 지적하며 작별을 먼저 고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남 지사의 향후 재선 도전에 대한 경우의 수로 ▲탈당 후 자유한국당 입당 ▲보수통합을 통한 새로운 정당 추진 ▲무소속 출마 등을 점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방향은 탈당 후 자유한국당 입당이다. 남 지사는 최근 바른정당 출신의 김성태 의원이 한국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데 대해 환영입장을 밝히며, 자유한국당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다. 친박청산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라는 게 명분 싸움인데, 남 지사의 자유한국당 합류 명분은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현재 바른정당은 남 지사의 '선(先) 보수 후(後) 중도 통합'의 반대인 중도를 표방하는 국민의당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남 지사와는 노선이 다르다.

그러나 문제는 홍준표 대표다. 홍 대표는 노골적으로 남 지사를 겨냥해 '배신자'라고 비난하는 등 복당불가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경기지사 후보군을 본인이 직접 물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남 지사 측 한 인사는 "외부에 비춰지는 것처럼 홍 대표와 남 지사의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현재 친홍계로 분류되는 한국당 인사 중에서 남 지사와 막역한 사이가 많다"고 했다.

또 다른 지역정가 인사도 "남 지사를 능가하는 대안이 있다면 (한국당이)남 지사를 내칠 수 있겠지만, 보수야권에서 아직 그만한 인물이 없다"며 지방선거전 합류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제3지대 창당이다. 현재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뿌리가 같은 만큼, 동등한 입장에서 새로운 보수정당을 창당한다는 것이다. 남 지사가 내심 바라는 방안도 제3지대 창당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세력을 제외한 보수혁신을 위해, 아무 조건 없는 새로운 지대에서 통합을 모색해 진보 정권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현재 자유한국당이 가진 기득권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과 양 보수정당의 지도부가 서로 공존할 수 없을 만큼 사이가 악화돼, 지방선거전까지 이를 봉합하기 쉽지 않다는 난관이 있다.

세번째는 보수 정당에서 경기지사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남 지사가 무소속 상태에서 출마하는 시나리오다.

남 지사는 "문재인 정권이 여야의 대결적 구도로 정치적 방향을 잡으면서, 지방선거든 국회의원 선거든 여야의 대립 구도가 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야당이 통합하는 것이 맞다"며 "누가 통합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한 세력이) 먼저 합친 뒤 (나머지 야당과) 선거 연대를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향후 정국을 전망했다.

이럴 경우 남 지사가 무소속 상태에서 보수정당과의 선거연대 등을 통해 야권연대 무소속으로 나서고, 경기지사 재선에 성공해 보수통합을 주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 정당 간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하고, 남 지사를 중심에 둔 가설이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남 지사가 먼저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남 지사는 물론 원희룡 제주지사 등의 행보와 선택이 지방선거를 앞둔 보수정치권의 화두가 될 것"이라며 "남 지사가 이 문제와 관련해 주도권을 쥐고,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성·신지영기자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