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아버지가 겨울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20일 오후 2시 30분, 인천 서구 석남3동의 한 주택 골목길에는 노란색 우비 위에 산타 복장을 한 20명의 아이가 일렬로 서 있었다. 이들의 손에는 연탄 한 장씩이 들려 있었다. 아이들은 자신이 든 연탄을 옆 친구에게 전달하며 연탄을 옮기기 시작했다. 옮겨진 연탄은 현관문 앞에 차곡차곡 쌓였다.

연탄을 옮긴 지 5분이 채 되지 않아 아이들의 옷과 얼굴은 연탄으로 까맣게 칠해졌다.

아이들은 처음 본 연탄이 신기한 듯 서로의 얼굴에 연탄을 묻히는 장난을 치며 까르르 웃었다. 생각보다 무거운 연탄에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힘들면 그만할까?'라는 지도 교사의 질문에 아이들은 '아니요! 계속 할래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유아란(7)양은 "연탄이 뭔지 몰랐는데, 이번에 선생님이 알려주셔서 알게 됐다"며 "힘들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실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7살 또래의 아이들은 모두 청라국제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청라국제어린이집은 지난 2013년 개원한 이후 매년 겨울, 어린이집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역 이웃들에게 직접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는 어린이집 학생 20명, 자원봉사자 20명, 학부모 10여 명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한 가구에 연탄 100장씩, 모두 10가구에 연탄을 배달했다.

이날 배달된 연탄 1천장은 어린이집 바자회를 통해 마련됐다. 청라국제어린이집은 지난 10월 원내에서 아이들이 직접 주도한 바자회를 열었다.

아이들은 작아진 옷, 오래된 장난감 등을 직접 팔았고, 교사들은 떡볶이 등 먹거리를 주로 판매해 모두 83만원의 수익을 냈다. 수익금은 모두 연탄 구매에 사용됐다.

청라국제어린이집 김진아 원장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 매년 봉사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탄을 받은 김순례(72·여)씨는 "손주보다 더 어린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연탄을 직접 날라주니 더욱 고맙다"며 "한편으론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다. 힘들게 배달해 준 만큼 더 알차게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