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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취미 동아리인 테크모델철도클럽(Tech Model Railroad Club)에서 철도의 신호기와 동력 시스템을 연구하던 학생들이 복잡한 계산을 위해 MIT에 처음 도입된 컴퓨터 (PDP-1)를 장시간 사용했는데, 당시 컴퓨터는 크기가 강의실 하나를 다 채울 만큼 컸다. 그 컴퓨터는 사용 후 오랜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에 해당 학과에서는 몇몇 학생들이 시스템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 전산실을 폐쇄한다.

그러자 동아리 학생들은 학교 측의 통제를 뚫고 컴퓨터실에 몰래 잠입해 컴퓨터를 사용했으며, 보안을 뚫고 컴퓨터를 몰래 사용한다는 것 자체를 점점 즐기게 됐다. 당시 MIT에서는 그와 같이 '작업과정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순수한 즐거움 이외에는 어떠한 건설적인 목표도 갖지 않는 프로젝트나 그에 따른 결과물을 지칭하는 은어로 '핵(hack)'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핵을 하는 사람을 '해커(hacker)'라고 지칭하게 된 것이다.

'크랙(crack)'이라는 말은 1980년대 중반 해커들이 악의적 또는 금전적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해킹하는 사람들과 자신들을 구별 짓기 위해 만들었다. 크랙을 하는 자들을 '크래커(cracker)'라고 한다. 크래커들이 보안 시스템을 뚫고 침입한다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데 반해 해커들은 컴퓨터 시스템에 관한 지식을 쌓기 위해 장난 정도로 이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커들은 자신들이 크래커들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해커와 크래커를 엄밀하게 구분하지 않고, 인터넷 상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통상 해킹(hacking)으로 표현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인 유빗(구 야피존)이 해킹으로 인해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사례다. 유빗에 따르면 손실액은 170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17% 가량이다. 이 회사는 지난 4월에도 해킹으로 인해 55억원 상당을 도난당해 투자자들이 손실을 분담한 바 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덕분에 안전하다고 소문났으나, 정작 가상화폐를 관리하는 금고는 너무나도 허술했던 것이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