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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재해는 인재(人災)도 한심하지만 천재(天災) 지재(地災)도 어처구니없는 공포다. 지난 21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사망했지만 23일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 다바오(Davao)시 4층 쇼핑몰에서도 불이 나 37명이 죽었다. 다바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이자 그가 시장을 지낸 지방이었고 현 시장도 그의 장남이다. 그런데 제천 화재는 2층에서, 다바오 불은 4층에서 떼죽음을 당한 점이 다르지만 같은 점도 있다. 두 나라 대통령이 모두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 눈물을 흘렸다는 거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문대통령 숨소리에 울음이 묻어 있었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자못 시적인 표현 아닌가. 23일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Rajasthan)주에서는 또 힌두교사원으로 가던 버스가 다리에서 추락, 33명이 죽었다. 모두 인재였다.

필리핀 화재 전날인 지난 22일 그 민다나오 섬엔 태풍이 몰아쳐 어제까지 200여명이 사망했다. 2017년 올해의 천재와 지재는 엄청났다. 스위스의 국제적 재보험기업인 스위스 리(Swiss Res)는 24일 현재까지 자연재해 피해액이 전년보다 60%나 증가한 3천60억 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그 천문학적 자연재해에 비하면 인재 피해는 미미하다. 지난 8월 카리브 해 제국과 미국을 덮친 하비(Harvey), 마리아, 어마(Irma) 등 일련의 허리케인만도 1천300㎜라는 어마어마한 물 폭탄을 쏟아부어 38명 사망에다 피해액이 370억 달러였다. 지난 4일 발화된 미국 캘리포니아 주 토마스(Thomas) 산불도 여의도 면적의 380배, 서울 넓이의 두 배를 태웠고 1천300여 채 건물이 불탔다. 대피령 해제는 지난 21일이었다. 지난 여름 남아시아 방글라데시 인도 네팔 홍수에도 700명,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폭우에도 467명이 죽었다. 스위스 리는 금년 재해 희생자가 1만1천명이라고 했다.

천재 지재가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우리 땅에도 지난달 포항 지진이 났지만 이웃 일본 중국의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에 비하면 약과다. 천재지변 천지재변(天地災變)이야 어쩔 수 없지만 후진국 형 인재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대통령이 득달같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다고 뭐가 달라지진 않는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