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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 man은 글자 그대로 '불 사람, 불 사나이'고 ①소방수(消防手) ②화부(火夫) ③야구의 구원투수 등일 뿐 존칭어는 아니다. 소방관, 소방사 등 '벼슬 관(官)'자와 '선비 사(士)'자가 붙는 경어(敬語)는 '파이어 워든(fire warden)'이고 warden은 파수꾼, 간수(看守)라는 뜻이다. 일본엔 '소방사(消防士:쇼보시)'라는 존칭어는 있어도 '소방수'는 없다. 반대로 중국엔 소방수 소방관 소방사 등 개별적 호칭이 없고 소방관들을 통틀어 소방대(消防隊:샤오팡뚜이) 또는 구화대(救火隊:지우후어뚜이)라고 한다. '소방관'에 해당하는 말도 '구화원(救火員)'일 뿐이다. 소방관이든 구화원이든 매우 위험한 직업이다. 1974년 개봉된 미국 영화 '타워링(Towering)'의 멋진 주인공인 소방서장 스티브 매퀸(McQueen)만 같으면야 얼마나 근사한가. 그는 138층 고층빌딩 화재를 진압했다.

소방관이 위험한 건 '비상구'의 대명사 fire exit(불 출구)가 말해 준다. 불난 곳 거기가 바로 지옥이다. 불교에선 화마(火魔)의 지옥을 초열(焦熱)지옥, 대초열지옥이라 부르고 가장 뜨거운 여덟 지옥을 팔열(八熱)지옥이라 일컫는다. 그런 지옥으로 서슴없이 거침없이 돌진해야 하는 전사들이 소방관들이고 그리스신화의 불의 신 프로메테우스, 화덕(火德)의 왕 화제(火帝)의 권역으로 무조건 쳐들어가야 하는 사나이들이 그들이다. 맹렬한 화염 속에 앉아 있다는 화천(火天)→아그니(Agni)라는 화마도 두렵지 않다. 그런데 워낙 큰 화재엔 속수무책이기 쉬워 안타까울 뿐이다. 1971년 서울 충무로 대연각(大然閣)호텔 화재는 163명의 죽음에도 속수무책이었고 선진국 중 선진국이라는 영국만 해도 지난 6월 14일 런던의 24층 아파트 화재에 79명의 목숨을 그 초열지옥에서 구출하지 못했다.

지난 21일 제천 화재에 이어 크리스마스인 25일에도 수원 광교에서 불이 나 1명이 죽고 14명이 부상했는가 하면 소방관 2명도 1~2도 화상을 입었다. 그런데 제천 화재의 29명 승천엔 소방관들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들이 나와 안타깝다. 진화 중 화염 속에 순직하는 안타까운 소방관도 있건만. 소방관이든 어느 직종이든 공과(功過)는 있게 마련 아닌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