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입국한 날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발생하자, 그의 징크스가 다시 화제다.
손 고문은 지난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 10월 스탠퍼드대학교 객원교수 활동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돌아온 것이다. 손 고문은 분당 위기에 놓인 국민의당에서 중재와 조정 역할을 할 것으로 관심을 끌었다. 오랜만에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을 좋은 기회였다. 이날 그는 "위기를 극복하고 당을 살리기 위해 나의 마지막 티끌 같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한다"고 의욕을 피력했다. 하지만 그가 귀국한 날 제천에서 29명이 사망하는 대형 화재사고가 나면서 화제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불운이다.
그의 불운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100일 민심 대장정을 마친 날은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한 날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됐다. 2010년 장외투쟁을 시작하자마자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이 발생했다.
2016년 2년3개월간의 전남 강진 칩거를 마치고 만덕산에서 하산한 날에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해 산통을 깼다. 2014년 수원 병 보궐선거에서 낙선,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그가 정계복귀를 공식 선언하는 날이었다. 또 지난 2월 국민의 당 입당 시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고, 한 달 뒤 대선공약을 발표하자 사드 배치 소식이 전해지면서 언론의 관심에서 비켜났다.
뭔가 해보려고 하면 그때마다 큰 사건이 터지는 징크스는 10년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그 역시 이런 지독한 불운을 인정하면서 '인생은 타이밍이다. 손학규가 결단하는 날엔 무언가가 터지는 웃픈 현실'이라는 포스터를 선보이기도 했다.
시흥 출신으로 3선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지사를 지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불운에 지지층은 '해도 너무한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우연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절묘하게 들어맞는 징크스는 그도 어찌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독한 불운(不運)이 이어진 '손학규의 정치'도 이제 종착역을 향한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