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아파트 단지·공원 탈바꿈
남은 건축물 활용방안 고민 과제
한때 인천을 채웠던 미군기지의 흔적은 거의 다 사라지고 곧 반환될 캠프마켓 땅만 '주한미군과 인천'의 역사를 기억하게 됐다. 캠프마켓 땅 활용은 그 역사를 보존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상륙작전 직후부터 월미도에 주둔한 미군부대는 1971년에 떠났다. 그때까지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던 월미도는 현재 유원지로 바뀌었다.
월미도 미군부대 땅은 인천시가 국방부로부터 사들여 2007년 월미공원을 조성했다. 남구 용현동·학익동 일대에 있던 대규모 미군 유류저장소와 이를 관리하던 미군부대 땅은 1968년 대한석유공사에 반환됐다.
1980년 선경(현 SK그룹)이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하면서 용현동 미군 유류저장소 부지도 SK 소유가 됐고, SK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건설했다. 이 자리에서 부평까지 미군 유류를 나르던 철도(주인선)는 폐쇄돼 일부 부지는 공원이 조성되기도 했다.
부평 애스컴의 철수는 1960년대 말부터 1973년까지 이어졌다. 애스컴이 나간 자리는 국방부가 대기업 건설사들에 매각해 대단지 아파트로 채웠다. 1985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이 일대에 아파트만 100여 동이 들어섰다. 캠프마켓 바로 옆인 부영공원도 애스컴의 일부였다.
1973년 미군부대가 철수했지만, 곧바로 한국군 68경차부대가 주둔하다가 2002년에서야 공원으로 조성됐다. 캠프마켓은 2002년 확정된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현재 대부분 기능이 평택과 김천으로 이전했고, 주한미군에 공급할 빵을 만드는 베이커리시설만 남았다.
캠프마켓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앞으로 인천 지역사회가 고민해 나갈 과제다. 인천시는 최근 캠프마켓 내부 건축물 118곳을 모두 보존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22곳은 일제강점기 때 지은 근대건축물로 추정된다. 캠프마켓 역사는 미군기지가 조성되기 이전 일본군 군수공장(조병창)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9년 미군기지가 조성된 문학산 정상은 1970년대 초 미군이 철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공군이 차지했다가 2015년 10월 개방됐다.
하지만 여전히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야간 출입이 통제된다. 문학산 정상 또한 인천 미군기지 역사가 얽힌 활용방안을 구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좋은 기억이든 좋지 않은 기억이든 미군을 빼곤 인천이라는 도시를 설명할 수 없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