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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언맨 1편'을 보면 억만장자 토니 스타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게릴라군의 갑작스런 공격에 의해 가슴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동굴 감옥에 갇히게 된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주인공에게 게릴라군은 자신들을 위한 강력한 무기를 개발하라며 그를 위협한다. 토니 스타크는 게릴라군을 위한 미사일 대신, 자신을 위한 철갑 수트(Mark1)를 만들어 동굴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영화상에서는 아이언맨 수트를 작동시키는 에너지원으로 가슴에 소형 아크 원자로를 설치해 사용하게 되는데 이 원자로를 가동 시키는 동력이 바로 '팔라듐'이라는 금속이다.

팔라듐(Palladium)은 원자번호 46번의 원소로, 원소기호는 Pd이다. 1802년 6월 영국의 화학자 윌리엄 하이드 울러스턴은 새로운 귀금속 원소를 발견하고는 같은 해 4월에 발견된 소행성 팔라스(Pallas)에서 이름을 따 '팔라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팔라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테나 여신의 다른 호칭인 팔라스 아테나(Pallas Athena)에서 차용한 것이다.

최근 팔라듐의 현물 가격이 온스당 1천40달러로 2001년 1월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금값(온스당 1천270달러)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연초 대비 오름폭은 53%로 금값 상승률(11%)의 5배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팔라듐의 고공행진이 앞으로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백금 가격은 온스당 917달러로 이미 팔라듐에 추월당했다.

팔라듐은 주로 휘발유 자동차의 매연 감축 촉매로 쓰이는데, 올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보인 데다 유럽 등에서 매연 감축 수요가 높아지면서 팔라듐 몸값이 껑충 뛴 것이다. 이밖에 팔라듐은 전자재료, 치아 보철 재료, 외과 수술용 기구, 귀금속 장신구 등에서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또한 팔라듐은 수소를 잘 흡수하고 통과시키기 때문에 수소 정제에 이용되고 있어 미래의 수소 에너지 시대에 더욱 중요한 금속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전 세계 팔라듐 생산량의 약 80%를 생산한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만 중요한 게 아니라 현실 자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