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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 태양이 떠올랐단다. 헤밍웨이가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The Sun also Rises)'고 했던 그 새 태양이 떠올랐고 독일 극작가 하우푸트만(Hauptmann)이 희곡 '해 뜨기 전'에서 바랐던 그 새 해도 떠올랐다. 땅 위의 작가 문필가 등 모두가 2018년 새해에도 '새 태양이 떠올랐다'고 쓰고 말한다. 과연 새해 새 태양이 70억 인간의 지구 위로 떠오른 것인가. 아니다. 그건 환상적 착각이고 멀쩡한 거짓말이다. 해는 지구를 향해 떠오르는 게 아니다. 붙박이별(항성)인 태양은 늘 태양계 그 자리서 빛날 뿐이고 행성(혹성)인 지구가 24시간씩 자전하며 초속 18마일이라는 아찔한 속도로 태양 주위를 공전(公轉)하고 있을 뿐이다. 총알의 8배 속도다. 그렇게 지구가 태양을 향해 돌 때 머리를 숙이듯 자전의 각도가 기울어 보이는 게 태양일뿐이지 떠오르는 게 아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새해도 1월 정초 며칠만이 아니다. 올해 1년 내내가 새 해다. 새 달력의 시효가 열두 달인 것처럼 금년 12월에도 할 수 있는, 어폐(語弊) 없는 인사말이 복 많이 받으라는 거다. 그런데도 1월 한두 주일만 지나면 시효가 지나고 유효기간이 끝나버린다. 매년 받는 복 또한 늘 새로운 복 같지만 같은 복이다. '오래 살고(壽) 부자 되고(富) 건강하고(康寧) 도덕 지키기를 낙으로 삼고(攸好德:유호덕), 천수를 누리고 편안히 죽는(考終, 考終命)' 5복엔 변함이 없다. 중국에선 행운의 신도 복신(福神)이다. 욕심도 지나쳐 '(황해가 아닌) 동해처럼 한없는 복을 누리라(福如東海)'는 게 새해 인사말이다. 상점마다 들어온 복이 나가지 못하게 거꾸로 써 붙이는 것도 福자다. 일본인들도 정초 주문(呪文)처럼 외는 게 '복은 안으로, 귀신은 밖으로(후쿠와 우치, 오니와 소토)'라는 말이고….

서양의 '해피 뉴 이어'의 happy는 다분히 행운(Good luck)의 복인데 반해 동양인의 복은 빌어서, 기구(祈求)해 얻는 복이다. 하지만 행운에 따른 복도, 빌어서 얻는 복도 쉬운 건 아니다. 끝없는 노력과 성실함이 보장하는 게 복이다. 그런데 아무리 많은 복을 누려도 새해 복 많이 받으라 하면 '조금만 받겠다'거나 사양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복 욕심이란 한도 끝도 없는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