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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제재에도 불구, 김정은이 저토록 기고만장(氣高萬丈)하는 이유가 뭘까. 정유제품 공급량을 지난 9월의 450만 배럴→200만 배럴에 이어 지난달 또 50만 배럴로 감축한다는 유엔안보리 제재안이 통과하자 김정은은 '이제 통 큰 작전을 과감히 전개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시작에 불과했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런 그가 1일 신년사에서 '(미국을 향해) 핵단추가 내 책상 위에 있다'고 위협한 반면 남한엔 평창올림픽 참가 의향과 대남 대화를 제의했다. 박근혜 정권 때의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는 통하고 남한은 봉쇄하는) 전략을 '통남봉미'로 바꾼 것인가 아니면 '통미통남' 양면 유화(宥和)책인가. 종내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밖에 없고 '남조선 5천만'을 인질로 잡고 있는 한 미국이 섣부른 무력 도발은 하지 못할 거라는 확신, 그래서 기고만장 아닐까.

지난달 28일 비영리조직인 NPO법인의 '언론NPO' 여론조사에서 일본인은 70%가 북핵을 인정할 수 없다고 답한 반면 미국인은 37.6%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북핵 해결도 미국인의 32.6%, 일본인의 67.4%가 어렵다고 했고. 일본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또 아무리 대북제재를 강화해도 20년은 버틸 것으로 내다봤다고 지난달 30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그 20년 내성(耐性)엔 역시 따꺼(大哥→맏형) 국가 중국과 탕슝(堂兄→사촌형) 국가 러시아가 작용한다고 믿는 거다. 그런데 통일부는 어떻게 김정은의 대남 대화 제의를 예상했을까. '한국 통일성이 내년 북조선 정세 리포트를 발표, 미국과의 직접대화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게 지난달 26일 일본 언론 보도였다. 통일부 전문위원회는 또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 병기 개발에 쓰였다는 증거는 없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문제는 한·미 동맹 이간질과 '통남봉미' 술책이다. 더욱 아찔한 건 일본 외무성이 지난달 20일 미국인 여론조사에서 '중요시하는 아시아 국가'를 물었다. 그랬더니 일본(33%)→중국(20%)→호주(16%)→한국(9%) 순이었다. 그건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봉북봉남(封北封南)'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음 아닌가. '코리아, 쿠오바디스!' 진정 어디로 가시나이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