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 계급은 군 조직의 상하 관계와 지휘 계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서유럽의 군제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계급이 체계화 되기 시작했고, 우리 국군의 계급(사병) 체계는 미군 계급을 많이 따른 편인데 베트남 전쟁 등을 거치며 이등병, 일병, 상병, 병장 4계급으로 정착이 됐다. 중국군은 한때 문화대혁명의 광풍에 휘말려 계급제를 폐지한 바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일어난 중월전쟁에서 계급 없는 군대가 얼마나 전쟁에 무력한지를 통감하면서 결국 1988년 계급제를 다시 부활시켰다.
우리 역시 지난 2014년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에서 병영문화 개선방안으로 병사 계급체계를 일원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던 적이 있다. 현역 병사들의 계급을 없애고 모두 '동기'가 되도록 만들어 구타, 가혹행위 등 병영 부조리를 막자는 차원이었다. 훈련을 마친 병사를 '용사'로 통칭하고, 전역 6개월 정도 남긴 우수 용사는 분대장 격인 '용장(勇將)'으로 선발하는 방안과, 훈련소를 수료한 뒤 일병 계급을 달고 그로부터 수개월 후 상병이 된 다음 병장은 전역하는 날 달거나 상병 중에 분대장인 병사만 미리 병장 계급을 다는 방향이 검토된 것이다. 하지만 결국 두 방안 모두 실현되지 못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계급의 철폐는 곧 군대의 존폐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군대는 기본적으로 전쟁이 발생한다는 가정하에 유지하는 것인데, 전쟁터에서 모두 동기들만 참여하면 과연 누가 누구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겠는가 말이다.
한편 정부는 사병 월급이 지난해보다 87.8% 대폭 인상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등병은 16만3천원에서 30만6천100원, 일등병은 17만6천400원에서 33만1천300원, 상병은 19만5천원에서 36만6천200원, 병장은 21만6천원에서 올해 40만5천700원으로 오르는 것이다. 여기서 '대폭'이라는 말에 주의해야 한다. 이 추운 겨울에 목숨 걸고 근무하는 사병들의 월급은 아직 사회의 '최저임금' 수준에도 턱없이 못 미치기 때문이다. 앞서 국방부는 "병사 봉급을 오는 2022년까지 2017년 최저임금의 50%가 되도록 연차적 인상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