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명호 김포소방서장
요즘 재난 안전관리 환경은 사회·경제·기후 등의 변화에 따라 위험요인과 재해가 꾸준히 증대되고 있어 안전 보장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 또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전국 소방관서와 유관기관 등에서 재난 예방활동 등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지만, 흔히 말하는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최근에만 살펴봐도 2012년 구미 불산 누출(사망 23), 2014년 진도 앞바다 세월호 침몰(사망 304)와 판교 환풍구 붕괴(사망 16·부상 11), 2015년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망 2·부상 65), 2016년 동탄메타폴리스 상가 화재(사망 4) 및 대구 서문시장 화재(839개 점포 전소) 등 대형 인명피해를 동반한 다양한 재난사고가 있었다. 이 때마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안전 불감증이 거론됐다.

지난 달 21일 29명이 목숨을 잃은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도 그랬다. 소방도로 불법주정차, 비상구 폐쇄, 건물 외장재와 구조적인 문제 등 각종 언론은 안전 불감증을 지적했다. 그리고 얼마 후, 수원 광교 오피스텔공사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소방대원을 포함한 15명이 부상을 입었다.

며칠 새 발생한 2건의 대형화재로 소방서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안전에 대해서, 안전 불감증에 대해 또 한 번 목소리를 높였으나 '쇠귀에 경 읽기'였을까. 불과 1주일 뒤 해돋이 행사를 보기 위해 모인 차량이 경포119안전센터 차고와 사무실 앞마당을 무단 점거했다는 기가 막힌 소식을 접했다.

우리 사회는 짧은 기간 이룩한 압축적 근대화와 고도의 산업화 과정에서 생활터전 곳곳에 위험이 상존하게 됐는데 허술한 관리체제와 안전의식 미흡 등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단기간 이윤추구라는 성장전략은 사회적 윤리의 실종을 초래, 생명을 경시하는 안전 불감증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해외에서도 18세기 이후 근대화 및 산업화를 겪으면서 각종 사고에 의한 인적·물적 손실 경험을 갖고 있지만 해외는 계획 설계 미스에 의한 사고가 많은 반면에 우리의 경우 대부분 부실공사에 기인한 사고가 많다.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이 기본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대형 재난에 따른 소중한 인명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사회적으로 만연한 안전 불감증, 이와 더불어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안전의식 확립이 시급한 요소로 꼽힌다. 무엇보다 안전의식이 체질화되려면 유아기부터 이미 안전의식이 형성돼야 할 것이다.

안전불감증을 금방 고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사서삼경 중에 '작은 것에 정성을 다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국민 모두가 정성을 실천하면,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배명호 김포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