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괘가 지닌 뜻을 압축한 문구는 '일중견두(日中見斗)'로, 직역하면 한낮에 북두성을 본다는 말이다. 하루 중 태양의 고도가 가장 높은 때를 일중(日中)이라 한다. 그런데 해가 중천에 떠 있어도 일식(日食)현상이 일어나면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깜깜해져 밤에나 보이는 북두(北斗·북두칠성)를 볼 수 있으니 이를 '견두(見斗)'라 한다. 일중견두는 곧 표면상 밝음이 찬란할수록 이면엔 짙은 어둠이 있음을 뜻한다. 전기로 이룩된 풍요의 시절일수록 그 이면의 어두운 그늘을 주의하고 챙기라는 뜻이다. 현실적으로는 전력이나 화력 등에 수반되는 사건·사고를 예비해야 한다는 암시가 있다.
또 뇌화풍괘의 우레(雷)는 실천력, 불(火)은 통찰력이 있다고 보는데, 통찰력이 있는 주체를 '이주(夷主)'라 하고 실천력이 있는 주체를 '배주(配主)'라 칭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배주(配主)는 '짝 배(配)'이니 남북문제에서, 이주(夷主)는 '오랑캐 이(夷)'이니 외교 문제에서 소통하고 만나는 주체를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런 문제와 관련해 주역에서는 '균등과 형평을 고려해 만나야 한다(雖旬无咎)'고 했고, 그렇지 않을 때는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過旬災也)'고 경계한다.
새해 전망을 이야기하면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견폐형(一見吠形) 백견폐성(百犬吠聲)'의 한해가 될 것이다. 한 마리의 개가 물형을 보고 짖어대니(一見吠形) 모든 개들이 그 소리를 따라 짖어댄다는(百犬吠聲) 뜻이다. 처음에 짖는 개는 실물의 형체를 보고 짖어대지만 그 주변의 개들은 정확한 실물을 보고 짖어대는 게 아니라 소리만 듣고 따라 짖어댄다는 뜻이다. 이 말은 한 사람의 개발자가 만든 화폐에 많은 이용자가 호응한다는 소리도 되고, 그것을 정확히 알고 떠드는 사람은 백에 하나도 안 된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 말을 큰 흐름에서 보면 이전의 화폐는 일정함이 있지만 이후의 화폐는 부정성(不定性)을 지닌 다양한 화폐가 출현할 것이라는 의미도 된다.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만든 가상화폐는 가격의 불안정성, 국가의 통제를 벗어난 발권력과 유통, 실물이 아닌 원재료, 심리적 투기수요, 보안상 불안 등을 이유로 걱정과 반대를 하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명사의 큰 흐름에서 보면 후천은 비트(0과 1)라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구축되는 세상이다. 그러므로 단기적으로 과정적인 불안정과 변동성은 크겠지만,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추세와 이를 추종하는 심리적 수요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가상화폐로 인한 치부(致富)는 주역으로 보면 무망괘(无妄卦) 이효(二爻)의 의 '미부(未富)'에 해당한다. 미부(未富)란 '밭을 갈지 않았는데도 수확이 생기고, 기름진 밭이 되었다'는 의미로, 의도나 노력이 없었는데 얻어지는 수확을 뜻한다. 그러나 바르게 하지 않으면 재앙이 생긴다고 했으니 순기능을 살려 바른 방향으로 정착되었으면 한다.
천문역법(天文曆法)상 2018년은 목성(木星)과 화성(火星)이 연초부터 동궁(同宮)해 화재사고를 특히 주의해야 하는 해이다. 또 천문상 토성(土星)이 간궁(艮宮)에서 아직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지진과 수해를 예비해야 한다. 오운육기(五運六氣)로 보면 한여름이 오기 전 상반기에는 온역(瘟疫·급성전염병)을 예비하라 했고, 온도의 상승과 하강이 불규칙하다(溫凉不時)고 했으니 옷차림에 신경 써야 한다. 객기(客氣)만 보면 조열(燥熱)한 기후가 예상되니 심폐(心肺)의 기능에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다. 하반기에는 여름철 태풍을 동반한 폭우를 대비하고 가을에는 열병(熱病)을 주의하라고 하였으니 대비해 두어서 나쁠 건 없어 보인다.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