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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국 신문엔 '趙明均 李善權'이다. 오늘 판문점 남북회담 수석대표인 통일부장관과 북측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이름이 그렇다는 건데 '격'에는 맞나? 2013년 6월 남북회담 때는 류길재 통일부장관 격에 맞춰 북측 김양건(金養建) 통일선전부장을 요망했지만 '호상(상호) 격이 안 맞는다'며 북측이 거절, 회담이 무산됐다. '전 로동당 서기가 회담 대표가 된 적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이번엔 통일부 '통'과 조평통 '통' 라인 대표가 격에 맞는 모양이다. 2014년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전격 남하한 북한 최고위 3인방인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조선로동당 중앙서기, 김양건 대남관계 총책의 경우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류길재 통일부장관 등이 격을 맞췄듯이 격도 그리 중요한가.

오늘 판문점 남북회담은 문재인 정부 성과다. 문재인 대통령의 북녘을 향한 흔들림 없는 지극정성 일편단심 효력이고 효과다. 문 대통령은 작년 5월 대선 때부터 '당선되면 북한부터 가겠다'고 했고 사드 배치에 반대했는가 하면 중단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고 공언했다. 대통령 당선 후에도 '(무슨 조건인지) 조건만 허락하면 북한에 가겠다'고 했고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도 제의했다. 그뿐인가.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대화로 녹이자고 누차 강조했고 군사실무회담과 적십자회담도 제의했다. 작년 7월 '베를린 선언'에선 또 남북정상회담과 평화협정 체결을 제청했고 그 달 제헌절엔 남북대화를 더블로 제의했다. 국방부는 남북 군사당국자 회담을, 대한적십자사는 추석이산가족 상봉을…. 그리고 8·15 경축사에선 '한국의 허락 없는 (미국의) 대북 군사제재는 없다'고 단언, 북측을 감동케 했다.

북한은 2016년 5월 '북남 군사당국 회담'을 여러 차례 제의했다.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 조평통 등 통일부가 확인한 제의만도 8차례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응하지 않았다. 그랬건만 왜 북측은 그간 문 대통령 열성에 반응이 없었을까. 속내야 반갑고 받아낼 원조도 시급하지만 미국의 제재 조이기에 숨을 몰아쉬고 있었던 거 아닐까. 그런 북측에 평창이 큰 숨통이 된 거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