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조명균 장관의 말에 북한 리선권 대표는 '민족에게 큰 선물을 안기자'고 화답했다. 하지만 북은 비핵화와 이산가족 상봉에는 거부감을 보였다.
곡절 끝에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했다. 남북은 공동보도문에서 "북측은 평창올림픽에 고위급 대표단과 함께 민족 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하기로 하고, 남측은 필요한 편의를 보장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실무선에서 세부사항을 조율하는 일만 남았다.
이제 관심은 북한의 선수 명단이다.
북한은 겨울 올림픽 7개 종목 가운데 빙상, 스키, 아이스하키 등 3종목이 국제연맹에 가입돼 있다. 이들 종목에서 북한이 출전권을 따낸 것은 없다. 다만 피겨 스케이팅 페어의 김주식·렴대옥 조의 출전 가능성이 높다. 김 조는 지난 해 9월 독일 네벨혼 트로피(Nebelhorn Trophy) 대회에서 6위에 올라 올림픽 티켓을 따냈으나 신청을 하지 않아 출전권을 잃었다. 와일드카드로 출전이 유력하다. 쇼트트랙과 스키도 1~2명의 선수가 출전할 전망이다.
북한은 동계올림픽 첫 출전인 1964년 인스부르크 대회 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천m의 한필화가 은메달을 따내 기세를 올렸다. 두번째 메달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나왔다. 황옥실이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따내 28년만에 북한에 두 번째 메달을 안겼다. 1998년 나가노와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에 선수단을 보냈지만 노메달에 그쳤다.
이번 대회도 북의 입장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도 목이 터져라 응원해 북한 선수가 메달을 따는 기적을 이루게 하고 싶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한다고 갑자기 긴장국면이 완화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북은 여전히 핵무장을 고집한다. 남북대화와 협력은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전제돼야 한다. 그래도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평화통일을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