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에 대한 그리움·존경 담아
욕 먹는 검찰, 기대감 있기에 가능
2000년 첫 검사생활을 시작한 인천에서 김 부장검사에게 붙은 별명은 '당청꼴찌'. 13명의 동기 중 가장 사건 처리도 늦고, 미제사건도 많았던 검사, 폭탄주 한 잔도 제대로 마시지 못해 부장의 눈 밖에 난 검사였다. 그래서인지 그는 검사생활 대부분을 '형사부' 소속으로 지냈다.
특수부처럼 언론의 주목을 받는 화려한 인지부서가 아닌 경찰 송치 사건과 고소·고발 사건을 전담하는 곳이다.
느리게 걸었지만 주눅들지는 않았다. 난데없이 술자리로 모이라는 차장검사의 집합에 "검사는 개가 아니다"며 야근을 한 이야기, 고향에서 체육행사를 열겠다는 검사장에게 대들었다가 '또라이'라는 모욕을 당했던 경험이 책에 담겼다.
'동일체원칙'으로 대변되는 상명하복의 검찰 조직이지만 '검사의 기개'를 존중하는 유연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천지검 꼴찌검사는 18년 뒤 공안부장이 되어 돌아왔다.
그렇다고 이 책이 내부고발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그는 검사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여러 사건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려 했다. 그래서 '흥부전', '허생전' 할 때 쓰는 '전(傳)'자를 써서 '검사내전(檢事內傳)'이라고 책 제목을 지었다.
김 부장검사는 "검찰이 욕을 많이 먹고 있지만, 국민들이 검찰에 대한 기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책은 형사부 선배들에 대한 그리움, 존경, 고마움"이라고 말했다.
책 1부와 2부는 그가 검사 생활을 하면서 겪은 사건과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3부에서는 검사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다. 4부는 법률가로서의 철학을 담았다. 책은 19일 시중에 발간된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