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본 -서은석 서장님 증명사진
서은석 의정부소방서장
올해는 무술년(戊戌年) 60년 만에 찾아온 황금 개띠의 해이다. 개의 상징처럼 충직하며 동행하는 힘찬 출발이 시작된 것이다. 필자는 새해 출발에 앞서 한 가지 꼭 언급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제천 화재 참사로 부각되고 있는 비상구에 대한 관심이다. 참사를 겪고 나서 보니 평상시 비상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좀 더 높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비상구'는 사전적 의미로 '화재나 지진 따위의 갑작스러운 사고가 일어날 때에 급히 대피할 수 있도록 마련한 출입구'다. 비상구는 급히 대피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위급 상황에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는 '생명의 문'인 것이다.

만약 비상구가 폐쇄되어 있거나 불법 적치물로 인해 대피가 어렵다면 비상구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과거 사례를 보면 1999년 인천 호프집, 2000년 성남유흥주점, 2012년 부산노래주점 화재 등에서 다수의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했었다. 소방에서는 비상구 안전관리 위반 시에는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53조 제1항 제2호 규정에 의거, 피난시설·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을 폐쇄, 훼손하는 행위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물건을 쌓아 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 제재를 한다.

그러나 법적인 규제와 예방을 위한 점검만으로는 우리의 안전을 완전히 보장받을 수는 없다. 우리 모두가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갖고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야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모 언론사에서 지난 4~5일에 걸쳐 서울 시민 50여명을 대상으로 "평소 비상구가 어디인지 파악하는 습관이 있는가?"라고 물어본 결과 "있다"라는 응답자는 18%인 9명에 불과했다.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평소 생활하거나 자주 방문하는 건물의 비상구, 복도, 계단 등의 피난시설을 확인하는 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고쳐서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기를 바라며 우리 모두 어둠 속 한줄기 푸른 생명의 빛인 비상구에 관심을 가져 '안전'이라는 종착역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서은석 의정부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