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수립하는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은 성공한 사람들로
삶 개척하는 방식 다를 수밖에
규제와 엄벌이 아니라
부작용 최소화 하면서 시장과
국민들 도와주는 정책 시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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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반대로 하면 된다". 법무부장관의 거래소 폐쇄발언으로 가상화폐는 검색뉴스 순위를 휩쓸고 있다. 20~30대의 분노하는 댓글이 넘쳐난다. 정부의 방침과 학교의 가르침 그리고 부모님의 삶과 반대로 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댓글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생각해보니 우리사회의 최근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하자는 흐름이 우리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존의 관념에 기초한 정책들에 거부하고 있다는 징표다. 동시에 정부보다 앞선 사고의 표현이자 국민들의 행동방식이다.

기성세대의 삶의 방식과 인생 목표들은 이미 붕괴되었다. 부모님의 기대처럼 공부를 잘해 대학에 진학하여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자식을 키우는 것. 인생의 목표이기도 했고 바람직한 삶의 패턴이라고들 했다. 그러나 그것을 꿈꾸던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린 지 오래다. 사오정이나 오륙도는 옛말이다. 아예 정규직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넘쳐 난다. 부모님과 어른들의 가르침대로 공부도 하고, 착실히 살았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바르게 살았던 사람보다 비합법과 불법적 수단을 통해 부를 추적한 사람들이 여유롭게 살고 있다.

왜 10대 청소년까지 가상화폐에 뛰어드는가. 당연히 어른들은 한탕주의가 가져올 부작용을 걱정한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해도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실업이거나 비정규직이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성공이라는 잣대, 좋은 직장을 평생 다닐 수 있다는 희망, 노후에 삶을 여유롭게 살수 있다는 신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청년세대들은 각종 제도와 규제정책이 만들어 놓은 틀에 분노한다. 그것들이야 말로 기성세대와 기득권을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가상화폐를 돈의 문제나 한탕주의로 보아 칼을 빼들기 전에 생각해봐야 한다. 청소년들까지 왜 교과서적 삶을 거부하는가. 일탈이든 한탕주의든 왜 기꺼이 감내하려고 하는가. 가상화폐는 청소년과 청년세대들이 가장 잘 아는 마켓이다. 가상화폐가 기존의 화폐시장을 흔들고,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으로 진화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국가를 뛰어넘는 가상화폐는 세금과 규제를 바탕으로 하는 국가체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국제간 거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폐쇄로 대응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 섰다.

가상화폐와 부동산 그리고 최저임금.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문제들이다. 정부는 부동산을 잡겠다고 했다. 그러나 강남불패, 서울사수는 지방을 더 멍들게 하고 있다. 양극화 해소와 인간다운 삶을 내걸고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해고사태를 불러오고 있다. 장관마다 나서 강력한 규제와 엄벌을 연이어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부방침과 반대로 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정책입안과 집행 방식은 교과서적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아마추어 정부에 학자 장관이라는 표현이 왜 나오는가. 세상의 흐름을 읽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공무원이나 정치인보다 앞서 움직인다. 격동의 시대를 산 기성세대는 경험칙으로, 젊은 세대는 새로운 세상의 흐름을 인터넷과 SNS를 통해 꿰뚫어 보고 있다.

가상화폐 폐쇄논란과 부동산 정책 혼선 그리고 최저임금 문제는 정부의 규제위주 잣대로는 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정부는 어느 정도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책의 기준이 무엇인가를 국민들이 묻고 있다. 정책을 수립하는 고위직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은 말 그대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잣대와 그렇지 않은 국민들이 삶을 개척하는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왜 나처럼 살지 않느냐고 법으로 다그칠 수 없다. 규제와 엄벌이 아니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시장과 국민들을 도와주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국민들이 당면한 현실적 삶은 춥고 어렵다. 국민들을 부패나 투기집단으로 매도하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도덕적 결벽주의에 매몰되어 정책의 집행에서 유연성을 추구하지 않는 권위주의가 더 큰 위기를 불러온다는 경험을 상기할 때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